고향을 떠나면서 내가 상실하게 된 것이 무엇인지 언제나 의혹을 품었지만, 나를 옭아맬 정도의 침잠된 감정은 아니었다. 적어도 내 직계가족들과 나는 가난이나 전쟁으로 인하여 교류가 단절된 경우가 아니었으므로 집안 어른들의 경우와는 다르게 어려움은 덜했다. 그럼에도 작은 동네에서 대도시로 이주한 일은 내게 일어난 몹시 큰 변화였다. 내가 심리적으로 취약했을 때 내 가족들은 ‘곁’에 있었다.
뿌리가 뽑힌 삶 속에 내재된 모호한 상실?불완전하거나 불확실한 상실?을 안고 살아가거나, 심리적으로는 함께 있지만 육체적으로 분리된 채 살아가는 가족들과 어느 정도 마음속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해결되지 않은 슬픔처럼 남겨진 우울한 정서는 후손들의 정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필연적인 상실감까지 더해져 그 자체가 복합적인 성격을 띤다.
나는 어떤 의미에서 ‘가족’이란 단어를 광범위하게 사용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가족을 정의하는 내 기준은 엄격하다. 내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우리가 오랫동안 신뢰할 수 있고 친밀감을 느끼며 위로, 보살핌, 양육, 지원, 지속성 그리고 정서적인 유대관계로 연결된 집단을 의미한다.
심지어 우리 가족 안에서도 ‘누가 가족’인지에 대해서, 그 정의를 칼로 자르듯 명확하게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가족의 구성 요소라는 것도 상황이 바뀌고 출생과 죽음이 뒤따르면서 가족의 마음속에서 계속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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