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요즘 무너지고, 무너지는 중이어서 책장을 넘기기가
두려워진다.

추천의 글
_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에게

굳이 쇼펜하우어의 ‘표상의 세계관’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다.

이러한 상실은 그 원인들조차 너무나 복잡한 이유들로 뒤섞여 있어서 단순하게는 죽음에서부터, 발병의 시작 시점조차 명확치 않은 심한 인지능력 저하로 인한 자아의 상실 등에 이르기까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실로 인생은, 이 책의 제목인 『모호한 상실Ambiguous loss』과 같이 수많은 이별과 상실들로 가득 차 있으며, 결코 선명한 결말이나 해결책은 없다.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어 그 모호함 이외에는 달리 특정될 단어조차 없다. 어쩌면 이 책은 상실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역시 상실을 겪으면서도 상실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이 불확실성 속에서도 조금씩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관점과 접근법을 탐구하도록 유도하는 저자로부터의 초대장일지도 모른다. 마치 쇼펜하우어의 ‘의지의 세계관’처럼.

의학박사·외과전문의 이국종

내 부모와 조부모는 더 나은 삶을 위해 20세기 초 대서양을 건너 비옥한 땅이 펼쳐진 위스콘신 남쪽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항상 더 나은 삶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멀리 스위스에 남겨진 가족들은 사랑하는 이들을 타국으로 떠나보내고 그리움의 병이 깊었다.

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종종 정신이 어디 먼 데 가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고국에 두고 온, 사랑하는 가족 구성원들의 빈자리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깊은 상실로 남겨졌고 같이 사는 가족들은 그들이 겪는 부재와 존재의 모호함을 함께 경험하게 되었다.

그들이 ‘가족’이라고 여기고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언제나 몸 닿을 수 없는 곳에 떨어져 있었고, 우리는 온통 이민자들로 북적대는 곳에 살았기 때문에 향수병은 일반인의 평범한 정서처럼 받아들여지곤 했다. 멀리 떨어진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나는 유년기 때부터 이런 모종의 상실감과 우울한 감정들이 평생 사라지지 않고 사람들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이유가 몹시 궁금했다. 내 주변은 늘 그런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버지는 조언을 구하고자 찾아온 젊은 이민자들에게 악센트 강한 말투로 종종 이렇게 말했다. "고국에서 3개월 이상 떨어져 지내지 말게. 그러다 자신의 고향이 어딘지 모른 채 살게 된다네." 어린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늘 알고 싶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뿌리내렸던 그곳을 마침내 떠나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아버지의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