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시도해서 하나의 결과를 온전히 얻으려 한다면 그건 도둑놈 심보가 아닐까요? 내가 100을 준비해서 100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은 과한 욕심입니다. 그런 일이 결코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아주 드뭅니다. 공부라는 것, 살아간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죠. 100을 준비해도 20, 아니 그조차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다만 나의 잠재력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알 수 없기에 티끌 같은 기회나마 기다리며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내 앞에 깔린 돌길과 아스팔트길에 우직하게 씨앗을 뿌릴 뿐입니다.

어른의 공부에 대하여

De studio adulti
데 스투디오 아둘티

누군가 ‘당신은 학생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른들은 대개 아니라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공부하는 사람입니까?’라는 질문 앞에서 끄덕이는 어른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자기 자신과 사람과 세상에 대해 공부하길 멈춘 어른이 꼰대가 됩니다.

나는 망각의 기술을 더 바랍니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기억하고,
잊어버리고 싶은 것은
잊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Olivionis artem mallem;
올리비오니스 아르템 말렘;
nam nemini etiam quæ nolo,
남 네미니 에티암 퀘 놀로,
olivisci non possum quæ volo.
올리비쉬 논 포쑴 퀘 볼로.

망각을 막아내어 철저히 암기하는 것이 배움의 왕도라 믿는 분들이 많지요. 하지만 저는 어른의 공부는 망각에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잊을 수 있어야 그 반대로 배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잘 잊는 자신을 탓하지 마십시오. 어른은 몸과 마음에 저도 모르게 배어든 것을 잊고 털어낼 수 있어야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망각이라는 이름의 자기 비움이 오히려 인간으로서 초심자의 마음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억해야 할 것과 잊어야 할 것을 구분하는 것인데, 이것이 또다른 어른의 공부 과제일 것입니다.

모든 것은
생각에서 시작됩니다.

Omnia incipiunt ex cogitatione.
옴니아 인치피운트 엑스 코지타티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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