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학력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는 교육제도권 내에서의 공부와 능력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는 제도권 밖에서의 공부가 그것이다. 나는 제도권 밖, 즉 사회에서 여러 책들을 보며 하는 공부를 대단히 강조하는 사람이다.
경영자로서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하여 볼 때 대학원은 이 사회에서 최고로 인정해 주는 학교와 잘 팔리는 전공을 선택하여야 경제적 투자 가치가 높다.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들보다 공부를 상대적으로 ‘아주 잘하며’, 전공이 ‘돈 버는 것’과 관련되어 있고, 나이가 많지 않다면 고학력을 추구한 대가를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투자 대가를 경제적으로 크게 기대하지는 말아라.
나는 자격증이 당신의 연봉을 제한하고 당신이 부자가 되는 길에서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을 보면 학교를 어디까지 다녔든지 간에 몇 개월 학원에서 배워 획득한 자격증에 의해 진로가 결정되는 사람들이 많다. 취직을 하기 위한 보조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이건 직업 선택으로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이건 간에 그 자격증이 자신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라. 자격증은 당신을 봉급생활의 쳇바퀴 속에 던져 넣어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으며 당신이 이 세상에서 운신할 공간을 제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른 방향으로 나갈 기회를 당신 스스로 버리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군다나 국가나 민간단체에서 주는 자격증(이 두 가지 종류를 구분조차 못 하는 사람들도 많다)의 상당수에는 엄청난 환상이 들어가 있다.
그 어떤 경우든 자격증이나 면허증이 당신을 평생 편안하게 벌어먹게 해 줄 것이라는 환상은 조금도 갖지 말라. 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은 진짜 실력이지 이론 나부랭이가 아니다.
전문직들이 대체적으로 다른 직업들보다 경제적으로 더 우월한 가치와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딱 잘라 말해서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큰 부자가 나오기도 쉬운 것은 아니다. 왜 그럴까? 그 어떤 유망한 전문직이라도 동일한 자격증이나 면허를 보유한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난다. 그 결과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자격증에 대한 사회의 대가는 갈수록 적어지게 된다.
공부를 많이 한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공부를 많이 하였으므로 돈을 많이 벌고 잘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절대로 갖지 말라. 이 세상에는 당신보다 가방끈이 더 긴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게다가 당신이 갖고 있는 면허증이나 자격증을 똑같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당신의 경쟁자들은 비자격자들이 아니라 바로 당신과 똑같은 자격증이나 면허증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전문직 종사자들은 어떻게 하여야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는가? 먼저 약점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첫째는 자부심이다. 자기를 대단한 전문가로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가라는 것은 특정 분야에 대해 일반인들보다 더 많이 안다는 것뿐이지, 같은 직종의 다른 전문가들과는 비슷비슷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고객이 볼 때는 ‘그놈이 그놈’일 수도 있다. 둘째, 직원들에 대한 대우가 일반적으로 형편없다. 자기의 면허증으로 직원을 먹여 살린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교육이나 고객 서비스에 대하여 무심하다. 그리고 그 직원들 때문에 고객이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는 것을 잘 모른다. 셋째,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정말 잘 모른다. 마케팅이나 경영, 고객만족, 재테크 등에 관하여 잘 모르는 것을 은근히 자랑으로 생각하는 풍조도 있다. 부동산에 대해서도 잘 모르기 때문에 건물을 사면 대부분 바가지를 쓴다(새겨들어라. 나는 부동산을 팔 때 구매자가 전문직 종사자일 경우를 제일 좋아한다). 팔 때는 시세도 잘 모르면서 무조건 비싸게 내놓는다(그래서 나는 부동산 매입 시에는 전문직 종사자들을 상대하려고 하지 않는다). 반면에 자기 수입이 적으면 그저 세상 탓만 하고 제도가 잘못되었다고 믿는다. 넷째, 자기가 관련된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는 속도가 뜻밖에도 느리다. 그저 자기가 공부하였을 때의 교과서에 담긴 지식만을 꽉 껴안고 사는 경향이 강하다. 전문직에 종사하게 된 이후부터는 더 이상 다른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실력들이 고만고만하게 된다.
전문직 종사자들은 갑자기 떼돈을 벌 기회가 거의 없다. 면허증 하나 믿고 섣불리 빚을 지지 말라는 말이다. 월수입이 다른 봉급생활자보다 많다고 해도 그 수입은 언제나 경기에 민감하게 변동한다. 그러므로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경제신문을 반드시 읽어라. 특히 부동산에 대하여 많이 배워 두어라. 생명보험도 반드시 들어라. 당신이 갑자기 죽으면 당신 가족은 정말 살기 힘들어진다(
기업에서 사람을 뽑을 때는 학벌과 전공을 따지지만 다른 선발 기준이 마땅한 것이 없다 보니 그렇게 하는 것이지, 학벌이 좋고 전공이 기업의 구미에 맞는다고 해서 졸업자들이 뭘 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일차 서류전형에서 통과한 자들 중 합격자를 가려내는 기준은 전공 관련 지식이 아니라 정말 엉뚱하게도(그리고 우스꽝스럽게도) 면접에서 파악된 ‘기본적인 인성이나 태도, 의사표현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 같은 것이다. 정작 필요한 실무 지식은 회사에서 재교육시키는 경우가 너무 많다.
지금까지 나는 이른바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면’ 학벌도 좋고 전공도 맞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류대 갈 실력은 안 된다면? 일류대 수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서 ‘돈 버는 일’과 관련된 전공을 택하여라. 공부를 못해서, 혹은 안 해서, 일류대와는 거리가 먼 이름 없는 대학을 갈 수밖에 없다면?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있고 자식을 대학에 보내는 것이 평생소원이라면 그저 효도하는 마음으로 다니되 대기업에 취직하고자 생각하기보다는 공무원 시험을 보든지 아니면 작은 회사에 들어가 경력을 닦으면서 조속히 학벌을 세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돈이 있으면 명문대 대학원을 다니라는 말이다(대학 학점이 좋아야 한다).
이상야릇한 자격증에 혹하여 시간과 돈을 뺏기는 어리석음은 일찌감치 버려라. 그보다는 중소기업에 들어가 일을 배우며 경력을 쌓은 뒤 전직을 시도하여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중소기업은 기술 계통이 아닌 한 전공에 크게 예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