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일과 관련된 공부를 할 때는 피를 토하는 자세로 하라고 한다. 특히 삼십 대 중반 이전에는(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적어도 2~3년 동안은(길면 길수록 좋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길거리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없어야 하므로 최대한 일터나 학교에 가깝게 살면서 시간을 아끼고, 밥을 많이 먹으면 졸려서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므로 밥을 굶거나 조금만 먹으라고 하고(내가 밥을 굶으라고까지 하는 것은 실제로 쫄쫄 굶으라는 뜻이 아니라 밥 대신 다른 것을 간단히 먹으라는 뜻이다), 시간을 철저하게 아끼려면 라면 하나를 끓여 먹는 시간도 아껴야 하므로 그냥 생으로 씹어 먹으라고까지 말한다(너무했나? 실제로 나는 5~6개월을 아침은 안 먹고 점심은 미리 삶아 놓은 계란 두 개 혹은 라면 부스러기나 찬밥 물에 말아 먹기, 저녁밥은 작은 공기 하나 정도로 때운 적이 있다. 지금도 나는 아침을 전혀 먹지 않으며, 오후의 식곤증을 없애고자 점심을 반만 먹을 때가 많다). 내가 그렇게 말을 하면 사람들이 꼭 하는 말이 있다. 그러다가 건강을 해치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말이다. 자기도 그렇게 해 보았는데 위장병만 생기는 바람에 아직도 고생한다는 말도 하고 책상에 오래 앉아 있다 보니 요통만 생겼다고 하기도 하며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다. 그러나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역시 건강이 최고라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면 건강 걱정하면서 그렇게 계속 튼튼하게 살아라.
10여 년이 지난 뒤 통계청이 내놓은 "99년 한국인의 사망원인분석"에서도 자살자는 10~30대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였고, 그들 세대에서 자살은 교통사고 다음의 최대 사망원인으로 나타났다. 즉, 자살자들은 젊고 싱싱하고 건강한 10~30대 중에서 가장 많이 나오며 건강 상실이 동기가 되어 자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거 좀 이상하지 않은가. 흔히 사람들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하고 모든 것을 잃었다면 당연히 절망하여 자살할 것 같은데, 그런 이유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들보다는 건강하고 탱탱한 몸을 갖고 있음에도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사실 말이다. 건강하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왜들 그렇게 죽으려고 하는 것일까? 몸이 건강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갖게 되어 고민 끝, 절망 끝, 행복 시작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 아닌가.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을 ‘신체적으로 병이 없는 상태이면서 정신적, 사회적으로도 안녕인 상태’라고 정의한다. 몸 건강한 노숙자는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는 아니므로 건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그저 몸 하나 튼튼하다고 건강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가 아니면 육체적 건강은 위협을 받는다. 핀란드의 투르크시 직업병전문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경기가 침체 국면에 있을 경우 근로자들은 더 많은 질병을 앓게 되는데, 고용불안과 일터에서의 분위기 변화 등으로 불안감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하며, 실제로 실직하게 되면 사망률마저 높아진다고 한다. 이에 덧붙여 핀란드 헬싱키대학의 연구팀은 25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업률이 낮을 때 실직하면 사망하기 쉬우나 실업률이 높을 때는 그럴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것도 발견하였다. 연구팀은 실업률이 낮을 때 실직한 사람은 본래부터 건강에 나쁜 생활 습관과 성격 등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기에 사망률이 높은 것이며, 실업률이 높을 때는 심신이 건강한 사람들도 실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주변에 실직자가 많다 보니 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줄어들어 사망률이 낮다고 덧붙였다.
물론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그렇게 하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엄살은 부리지 말라
내가 20대부터 40대 초까지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 뭔가를 읽고 배워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신체리듬을 유지하였기 때문이다. 한창 일하였던 시기에는 취미 생활을 위해 몸을 많이 사용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였는데 그다음 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오늘 밤에 읽어야 할 책이 있다면 나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새벽까지 술을 마심으로써 다음 날 엉망이 된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는 10년에 한 번 정도뿐이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직원들은 술을 통제하지 못하고 마셔 대는 사람들, 교회에서 철야예배를 마치고 출근하는 사람들, 일요일에 등산이니 뭐니 하면서 몸을 극도로 사용한 뒤 월요일에 출근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육체의 리듬을 깨는 일은 토요일에 할 것을 권유한다.
그렇다면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 가시적 결과를 외부에서 찾지 말고 내부에서 찾아라. 당신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 주고 칭찬하여야 할 주체는 타인이나 직장이나 사회가 아니다.
셋째, 노력한 만큼의 대가는 반드시 주어진다는 것을 믿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