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라 불리는 존재여! 인간을 만든 조물주여! 당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그에게 반드시 은혜를 베풀어 주어야 합니다. 그는 지금 당신을 애타게 찾고 있어요. 만약 당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렇다면 부디 이 사람을 버리지 마세요. 제발!’
의식이 없는 이들에게도 나는 힘주어 편지했다. 죽지 말라고, 이렇게 죽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악착같이 깨어나서 보란 듯이 살아야 한다고…. 그러나 그들은 매번 한마디 말도 없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렸다. 죽은 자는 말이 없었고, 신이라 불리는 존재는 그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다. 어느 누군가는 생과 사를 바라보는 직업을 통해 신의 존재를 확신하게 되었다고 했지만, 나는 정반대였다. 인간과 세상을 만든 존재에 대한 원망이 점점 커지다가 ‘그 존재’에 대한 끝없는 의문과 불신만이 생겼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는 이들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무능함과 좌절감에 빠질수록 그 의문은 더욱 커졌고, 그럴수록 이 다이어리에 쓰는 수취인 없는 편지는 점점 늘어났다. 그런 편지조차 쓰지 않는다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잡다한 지식만이 쌓일 뿐 인간과 이 세상을 만든 존재의 정체는 무엇인지, 왜 만들었는지,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것에 대한 명쾌한 답은 얻지 못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집착과도 같은 나의 의문조차 점차 무뎌져 갔다.
낡은 아버지의 신발과 지갑, 빈 약통, 깨진 안경, 그리고 볼펜 하나가 다였다. 선물은 아마도 사고 현장에서 분실된 것 같았다. 한동안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 존재’에 대한 원망이 솟아났다. 무슨 말이든 쓰지 않으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덮었던 다이어리를 펴고 아버지의 낡은 펜을 잡았다. ‘살려-주세요.’ 이 한 문장을 쓰자,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칼끝이 내 왼쪽 갈비뼈 사이를 뚫고 들어와 심장을 관통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어찌해볼 수 없는 상황임을 인정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기적을 바라는 것뿐이었다. 기적. ‘제발, 아빠를 살려주세요. 제발.’ 글자 위로 눈물이 후두두 떨어졌다. 참아보려 했던 눈물은 결국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