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로써 가장 아끼던 컬렉션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은 오래된 책들을 사랑하시는 사람이었다 과거에 사서 일을 하시며 파기 예정인 책을 모아두시거나 심지어는 나의 오래된 동화책마저도 놓아두실 정도로.

선생님이 돌아가신 것을 발견한 것은 나였다. 처음으로 시체를 수습한 것도 나였다 장례식을 추진한 것도 나였다 그런데 저들은 왜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아들이라서, 핏줄이라서?

와르르
밖에 놓은 책이 무너졌다. 오래된 책, 낡은 책, 거의 손을 타지 않은 책 등이 보였다.
나는 문뜩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책을 펴보며 편지를 찾아갔다.
시현에게 시현에게 수많은 편지가 모두 그에게 쓰여 있었다 어릴적부터 옆에서 부둥키며 살았던 나초자 모르는 그가.
2000, 1999, …1980년 점점 날짜가 오래전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 쓰인 편지로 보이는 것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끼워진 1980.12. xx.

남은 재산을 나에게 모두 남겨 놓았다고?
하지만 나는 마지막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아프신 줄 알았다면 일에 미치지 말 걸 이번에 휴가 좀 많이 쓸걸…. 후회만이 나를 감싸고 돌았다. 선생님과 더 많이 시간을 보낼걸… 이라고.
나의 친할아버지는 몇 년 전에 병원 신세였으며 부모님이 없던 나는 아 사실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나에게 주어진 돈인 선생님의 마지막 재산이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돈이 최고였던 나는 나의 신념과 맞는 안정적이고 돈을 잘 벌 수 있으며 미래에 출세가 가능할지도 모르는 직장인 청와대에 들어왔다.
미친 듯이 달려왔던 나는 쉬는 거 하나 없이 빡빡한 일정과 더불어 휴가 하나 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할머니의 장례식으로 연차를 냈던 나는 또다시 연차를 쓰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