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약속

낮의 호수에는 늙은 잉어와 청둥오리가 사는데
밤의 호수에는 작은 파문이 인다 그리곤 일렁이는 불빛들
따라 걷는 자들은 제 갈 길을 안다

나갈까 같이 걸을래

이상핰 일은 딴생각을 할 때 일어나고
사람들은 나에게 길을 물었다처음 가는 곳이었다

나는 거리를 서성이다
굴러오는 눈을 마주치고 말았던 것인데
그것들은 내게도 지도가 있다는 걸 알아챈 것인가
반대편에서 천천히 걷는다면
손바닥에 움켜 쥔 여정을 기꺼이 내미는 얼굴들

이름 부르는 정거장과 미래의 시장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 줄는지

길을 찾는 사람들은 서로, 서로를 알아본다
어디에서나 고장난 로컬처럼 비춰진 나는 여기가 낯설어도
낯선 만큼 친절한 궤도를 그려 줄 수 있으니까

밝은 불빛을 찾기 위해선 어둠을 먼저 발견해야 해
길에서 주워들은 말이지만
어둠, 어둠은 서로를 잃고 이끄는 방식으로
물가를 서성이고 방명록을 남긴다

늙은 잉어와 청둥오리는 호수의 윤곽으로 떠오른다
우리는 순진한 얼굴로 낯선 거리를 흘러 흘러
뒤돌아서면 길은 이어질 것이다
갈림목에 선 서로의 목격자

지금 가고 있어 그래 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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