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다들 모였다고 하지만 내가 없잖아
촛불을 모두 켜기도 전에 케이크 모서리를 한 움큼 쥐었다 몇 개의 어금니 자국이 버터크림 위에 미끄덩 맴돌았다 넘어가겠지 기념이 그랬던 것처럼 먹자꾸나, 그래도 생일이잖아 잠깐의 어둠과 심지의 냄새를 기억한다 플라스틱 폭죽, 반투명의 칼날, 둘러앉은 무릎, 열린 셔터에 순간의 공포가 있다
꺼지지도 켜지지도 못하는 베이커리 보급형 초가 단면으로 고요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독하게 이어지는 연기는 흔들림 없는 나선에서 손뼉과 맞닥뜨린다 끔뻑거리는 동공들, 허공의 눈을 맞춘다 초침이 자정을 향해 귀를 막고 있었다 한 번의 호흡으로 어둠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들키면 안 돼, 발견되지 못하면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술래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눈을 가리게 되는 거야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발끝을 내밀거나
촛불의 마지막 리듬이 끝나면 쏟아져 나오는 축하의 말들을 견뎌야 한다 일그러진 케이크가 테이블 위에 손자국을 냈다 푸른 셀로판지에 싸인 꽃다발 옆 상자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곧 터질 것이다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나를 찾아, 우정의 규칙과 게임의 각도를 구하는 공식을 따라 사다리를 다시 오른다 우리는 파티가 끝나기를 숨죽여 기다릴 것이다 검게 탄 초를 손끝으로 지그시 눌렀다 믿고 있는 균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