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살아 숨 쉬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요즘은 그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대자연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목숨을 무더기로 쏘아 죽이기도 하니까. 만일 우리가 귀하고 유일무이한 목숨들이 아니라면, 총알 하나면 세상에서 간단히 제거해버릴 수 있는 존재들에 불과하다면, 이 이야기는 써 내려갈 이유가 전혀 없다.

정말 이상한 점은 두 세계의 경계가 서로 맞닿아 있다는 것,
두 세계가 너무나 가깝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면 우리 집 가정부 리나는 저녁 기도 때 거실 문가에 앉아 깨끗이 씻은 두 손을 단정하게 매만진 앞치마 위에 올려놓고 맑은 목소리로 우리와 함께 찬송가를 불렀는데, 그럴 때 리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세계, 밝고 진실한 세계에 속했다. 하지만 부엌이나 헛간에서 내게 머리 없는 난쟁이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푸줏간에서 이웃 여자들과 싸울 때면,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고 비밀에 싸여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모두가 그랬고, 특히 내가 그랬다. 분명나는 밝고 진실한 세계에 속했지만(나는 내 부모님의 자식이었으니까!) 눈을 돌리고 귀를 기울이는 곳마다 다른 세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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