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는 강하잖아. 그렇게 혼잣맛을 하는데 갑자기 배 속이 요동쳤다. 요즘 들어 계속되는 돌발성 통증이다. 배를 움켜쥐고 장수풍뎅이 애벌레처럼 몸을 움츠린다. 미즈키의 얼굴, 나유타의 얼굴, 그리고 인상 좋아 보이는 한 남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머리를 흔들며 아니야, 아니야 하며 억지로 생각을 떨쳐 낸다.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통증을 견디며 아즈사는 울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나는, 비겁해.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툭 내뱉는 듯한 말투에 흠칫 놀라고 말았다. 나유타는 커피를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쓰레기통에 빈 캔을 던진다. 아즈사가 그 모습을 눈으로 좇자, 몸을 휙 돌린다.
"뭐라고 하든 난 괜찮아. 남의 눈치를 보는 것보다 중요한 일들이 있으니까. 그런 하찮은 이유로 소중한 것들에 소홀했다가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
단호하게 말한 나유타가 그대로 자리를 떴다. 얼마 안가 자전거를 타고 멀어지는 뒷모습이 보였다. 사라져 가는 나유타를 보면서 아즈사는 방금 들은 말을 곱씹었다. 나는 남의 눈치만 살피고 있지 않은가. 그럴 리 없다는 생각과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교차한다. 나유타의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떠올린 사람이 바로 미즈키였다. 나는 미즈키의 안색과 기분을 살피고 있지 않나. 그래, 분명 눈치를 보고 있어.

"나가사키의 학교에 완전히 적응을 못했거든. 힘들다. 외롭다는 생각이 들면 그 동네의 텐더니스에 가. 텐더니스 디저트를 먹으면 아즈사랑 같이 먹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
이상하지? 하고 수줍은 듯 나유타가 뺨을 긁적인다. 뭐가 이상해, 하고 아즈사가 답한다.
"나도 그래. 나유타라면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 줬을까 생걱하면서 먹곤 했어."
"그럼, 우리 둘이 똑같네."
나유타와 아즈사가 목소리를 겹쳐 가며 웃는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두 사람은 같은 디저트를 먹으며 서로를 떠올렸던 것이다.

아즈사와 나유타는 함께 달콤한 디저트를 베어 물었다. 행복한 달콤함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텐더니스가 있는 한, 그곳에 가기만 하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분명 이어질 수있다. 그런 믿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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