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일을 잘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사실과 그것이 조직생활의 ‘치트키’가 아닌 디폴트값이라는 것, 두 번째는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 외에 처음 접하는 형태의 조직에 적응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했다. 이런 것들이 달갑지 않고 뒤처지기 싫어서 남자같이 행동하면, 여자답지 못하다며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나 혼자 서 있는 게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수많은 고난을 슬기롭고 묵묵하게 헤쳐 나가는 다른 여성들이 함께 있다는 사실에 힘을 얻길 바란다.
1년 이상 뒤치다꺼리에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으면서 어느새 독이 오를 대로 올라 있었다. 고생하는 걸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면, 나 스스로 티를 내리라!
가끔은 우는 아이가 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달까. 더 이상 ‘알아서 묵묵히 잘하는 사람’ 이미지는 싫었다.
어렸을 때부터 주입받은 사회적 편견을 허물기는 쉽지 않다. 남들보다 먼저 내 안의 목소리가 나를 말리기 때문에. 하지만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안에는 또 다른 나도 있다는 것을. 열심히 한 것에 대해 칭찬받고 싶고 보상받고 싶어 하는 건 유난스럽고 비난받을 게 아니라 너무도 자연스러운 욕구이고, 이것을 거부하거나 숨기는 건 착한 게 아니라 자신을 외면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부끄러워하지도 말고, 내 것을 받는다는 마음으로 당당히 요구하자. 우리 모두 그럴 자격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남자들은 하지 않는 증명을 위한 노력을 여자라서 해야 했다는 사실은 씁쓸하다. 여자들이 차별이 있음을 자각하고, 배려를 거절하고, 자기 업무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이런 일들이 하나둘 쌓이면 일터의 편견도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그리고 이제는 안다. 여성으로서 한 줌의 권한을 갖게 되어도 남녀 사이의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여성이 여성을 비난의 도마 위에 올리며 남성보다 남성 같은 행동을 보이는 데에는 조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조직에서는 문화, 의사결정, 인사 등이 모두 남성 중심으로 짜여 있지 않은가.
지금도 여전히 사회생활에서는 여성들에게 당연히 요구하는 일들, 기대하는 역할들이 있다. 대부분의 서무업무, 부서에 필요한 각종 살림, 뒤치다꺼리 등을 꼽을 수 있다. 해도 티가 안 나는 일만 여성에게 배당되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세상은 저절로 변하지 않는다.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될 뿐이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그날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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