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생은 그런 게 아니었다. 내가 원한 일들과 원치 않는 일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번갈아 일어나고 온다. 특히나 복이라 생각했던 순간은 정말 순식간에 잊혀지고, 정말 바라지 않았던 일들이야말로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걸 이제는 안다. 이쯤 되니, 차라리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나의 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내 하루에 만족하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시시덕거리는 것(누군가에게는 할 일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혼자 좋아하는 그림을 보러 다니면서(이것도 누군가에게는 청승맞아 보일 수도…) 나답게 자연스럽게 말이다. 가끔 소리 내어 웃을 줄 알고, 가끔은 눈물 지을 줄도 알고, 가끔은 불의에 맞설 줄도 아는 나다운 ‘멋’을 가지고 싶다. 남의 시선과 기준에 맞추지 말고 나에게 집중하며 말이다.

근데 부장이나 임원이 부르잖아, 그러면 쪼르르 먼저 달려간다. 조금 전까지 약속 있다고 해놓고서 말이야. 왜 그렇게 속 보이는 짓을 하냐?

그걸 능력 있는 거라고 착각하는 기집애들이니까.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있다. 뭘 해도 참 미운 아이들 이야기를 늘어놓자니 끝이 없다. 누군가는(특히 남자들은) 그게 다 여자들의 특성이라고 한다

그래, 넌 성공하겠다!

얄미운 것들을 보면 입이 근질거린다. 이 말을 해주고 싶어서. 미처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인데, 나 대신 유한숙 작가가 아주 명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그것도 눈까지 흘기면서. 아주 후련한 그림이다.

실제로 작가의 작품은 ‘말’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들은 말, 또는 미처 말 못하고 속으로 삼켰던 말, 그 말들을 적어 내린다. 그런 다음에 작품으로 하나하나 완성한다. 말로 하면 머리채를 쥐어뜯고 싸울 수 있지만, 그림으로 표현했기에 허허 웃으며 넘길 수 있다.

그런데 어찌 보면, 여자가 어깨에 손을 얹고 차가운 말을 건네는 상대는 타인이 아니라, 거울 속 자신 같기도 하다.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인가. 나 꼭 성공하겠다고. 여우 같은 동료들 사이에서 미련 곰탱이처럼 있는 스스로가 한심해서 그럴 수도 있다. 비록 여우처럼 나서지는 못해도, 묵묵히 할 일을 하면 알아줄 날이 있을 거라고 위로 한마디 던지는 것이다. 너, 성공하겠다.

"현대 미술은 힘이 세다."

인생의 춘기春期를 꿈꾸는
싱글녀의 현대 미술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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