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했던 친구들과의 관계가 복잡해지고 기대기만 했던 부모님과의 관계도 무거워지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에 전념할 수도 없었고 작은 눈짓 하나에 상처받기도 했다.
하지만 가슴 답답함을 털어낼 곳이 없는 존재가 되고 나니, 외로움을 강요받는 생활을 하다 보니, 숨소리마저 조심하며 하루를 보내다 보니,
멈춰 서 있는 나를 빠르게 지나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나 없이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세상을 바라볼 때면, 가만히 있어도 자꾸만 숨이 찼다.
술자리 있다고 부르면 거짓말해서 피하고 오랜만의 친구 연락도 다음에 꼭 만나자며 거절하고 슬퍼도 꾹 참으며 가까운 사람의 아픔을 모른 척하며 책상으로 돌아가, 스스로를 가둬 버리는 것이 사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좋겠다, 부러워하다가 저 사람 때문에 내가 떨어지겠다, 괜한 곳에 화풀이하다가 역시 비전공자는 힘든 거였어, 의미 없는 위로를 하다가 수업이 시작된다.
모르는 게 당연하지 싶다가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부끄럽다가 어쩌다 마주친 선생님의 눈을 피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가 안 되는 걸 억지로 잡고 있는 걸까, 눈물이 날 거 같다가 울면 모두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꾹 참다가 수업은 끝이 난다.
어제와 같은 게 하나 없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인데 나만 매일 쳇바퀴를 돌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사회에서, 집에서, 제 역할을 해내는 주위 사람들과 나이 먹고 또 공부하는 나를 비교하며 스스로 위축됐다.
그리고 여전히 몸이 아파 마음이 흔들리고 마음이 아파 몸이 무너진다.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견뎌야 하고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버텨야 하는데 나는 여전히 독하지 못하다.
물에 뜨지도 못하면서 수영선수를 이기고 싶어 했고 구구단도 외우지 못했는데 미적분을 풀고자 했다. 멍청했고, 미련했으며, 어리석었다.
떨어지는 낙엽들을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나무처럼 한때 꽃이고 한때 꿈이었던 것들을 쓸쓸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가을.
결코 따뜻해지지 않을 것만 같은 마음 애써 밀어내며 그 자리에 새싹이 자라길 기다렸던겨울.
온 세상이 봄 향기로 가득하고 거리마다 벚꽃이 흩날려도 내 맘은 여전히 서늘했던봄.
그저 견디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도 버티다 보면 기다리는 게 오기도 한다는 걸 알려준여름.
그렇게 사계절을 흘려보냈다.
지우고 싶은 무거운 하루를, 가까워지는 두려운 내일을,
매초마다 매분마다 더디게 보내고 고통스럽게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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