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첫날부터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전기까지 들어오지 않아 형과 나는 어둡고 추운 방에서 애꿎은 공책을 꺼내 북북 찢으면서 불만을 삭였다. 우리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날들이 서글프기만 했다.
비록 크지는 않았지만 한여름이면 수양버들은 가게 쪽으로 치우쳐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앞치마는 단지 돈만 넣는 게 아니라 어머니의 손수건 역할도 겸했다. 물건을 파느라 더러워진 손을 닦아 얼룩이 지고 소금간이 배어 꼬질꼬질한 게 영 볼품이 없었다. 바로 그 앞치마 속에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한 그날의 결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