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에게 가르침을 받는 동안 어떤 시간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단 말이냐?"
스승이 다소 실망한 투로 묻자, 그제야 셋째가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제가 사랑한 시간은 모두가 잠든 시간입니다. 잠들어 있는 동안에는 과거에 대한 미련도 없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이 굳이 잠들었던 시간까지 포함하여 떠올리지 않고, 거창한 미래를 기약하는 사람이 잠들 시간을 고대하지 않으며, 하물며 잠들어 있는 사람이 자신의 현재가 깊이 잠들어 있음을 채 깨닫지 못하는데, 부족한 제가 어찌 이 딱한 시간을 다스려보겠다고 나설 수 있겠습니까?" - P19

"그림자가 밤새 대신 경험한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은 둘째처럼 연약한 이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첫째처럼 경솔한 이들이 잊지 말았어야 할 것들은 이튿날 아침이면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이야기를 마친 시간의 신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비로소 끝나감을 느꼈습니다. - P22

하지만 이 세상에 믿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던가. 세상에 없다가도 태어나고, 조금 전까지 존재하다가도 죽음을 맞는 삶의 흐름을 결국은 받아들이게 되듯, 이 도시에 사는 모두는 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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