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교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만다라는 자기 자신의 내면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미술 치료의 의미와 유사하지만, 그것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인문학교에서는 우리가 모두 인격을 갖춘 고유한 한 인간(공통점이면서 고유한 개성과 성격을 가진 개체(차이점)라는 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빈 원이 아닌 동일한 패턴의 만다라를 제시하고 각자 색을 입히게 했다. 그럼으로써 색으로 표현된 자기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시켜 주었다. 인간 존재로서의 고유성에 대한 자각과 더불어 그것을 가능케 해 준 또 다른 나인 ‘너‘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 P42
같은 패턴이지만 다르게 표현된 만다라는 모든 사람들이 고유한 인격체인 동시에 모두 다른 생각과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 준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 P43
만다라 그리기를 초기에 진행하는 이유는 ‘관계와 소통‘의 가장 중요한 전제인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이다. 초기의 만다라 그리기는 ‘관계와 소통‘ 프로그램 전체를 관통하는올바른 관계 맺기와 행복한 소통이라는 정신의 첫 출발점이 된다. - P43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점수나 자격증 등으로 증명될 수 있는 개인의 기술적 능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고 소통할 수 있는능력이다. 남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은 ‘나‘와는 다른 ‘너‘를 인정하는데서 시작된다. 모두 동일한 패턴의 백지를 받아 시작했지만, 같은색깔로 완성된 만다라 작품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나와 너는 분명다른 사람이다. 나쁘거나 틀린 사람이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일 뿐이다내가 누군가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도 나를 인정하지않는다. 사람은 관계망 속에서 존재하며, 그 관계망은 기본적으로호혜성의 원칙에 따라 형성되기 때문이다. 타인을 인정하는 것, 그것은 진정한 관계를 맺기 위한 기본자세이자 출발점이다. 내가 나일 수 있는 것은 너라는 존재가 있기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면서 ‘가치관‘이나 ‘관점‘ 등의 용어로미화되어 사용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편견이다. 편견은 보통비합리적인 신념이나 믿음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편견‘ 을 보통 공정하지 않은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편견은 의외로 삶의 곳곳에서 발견된다. - P51
이러한 결말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우선 반전의 미학이라고 할 만하다. 이른바 헤드 페이크(Head-fake)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성문을 열기 위한 뭔가 대단한 방법을 생각했던 학생들은 그야말로 간단하고 지극히 평범한 말 한마디에 성문이 열리자 어이없어 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에서 우러난 평범한 말 한마디가 마녀로 인식되는 사람의 마음마저도 감동시키고 해피엔드의 이유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편견과 그에 기초한 차별이 일상의 소소한 실천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인다. 작은 실천, 곧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심각한 문제인 따돌림이나 왕따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이 짧은 영화와 "들어가도 될까요?"라는 짧은 말 한마디를 통해 배우게 된다. - P54
개성을 가져야 한다고 부단히 교육받지만, ‘나와는 다른 사람‘에게는 폭력을 가하는 아이들 왜 그럴까. 지식과 실천이 괴리된 현상에 이미 무감각해진 반응의 표출은 아닐까. - P58
겉만 보고 마녀를 판단한 사람들, 겉만 보고 청년을 판단한 사람들의 행동에 가해지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사실 겉만 보고 판단하는 오류는 누구나 범할 수 있는 실수 가운데 하나이지만, 영화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그 실수는 ‘실수‘라고 하기에 상대방에게 너무 큰 상처를 남긴다. 한쪽만 보고 판단한다는 의미의 편견(偏見), 짧은 영화에서 본 것처럼 편견이 줄 수 있는 것은 오해와 상처뿐이다. 어렵기는 하지만 두루 보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 나를 위해서도, 또 상대방을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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