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림책을 읽으며 잘 운다. 혼자 읽다가도 울고, 아이에게 읽어주다가도 운다. 남이 그림책을 읽어줄 때는 더 많이 운다. 슬픈책이아닌데도 울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면 가끔 당혹스럽다. 그런 사람이 나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위로라면 위로가 된다. - P12
글자에 집중하느라 그림을 잘 살피지 못하는 나와 반대로, 아이는 그림 속에서 숨은 재미를 찾아낸다. 완벽하지 못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 도와가며 또 다른 세계를 탐험하는 가운데 그림책은 더욱 풍성해진다. - P21
그림책이 어른들에게 큰 위안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즉각적이고구체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림은 다른 생각이끼어들 여지 없이 바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따뜻하고 섬세한 그림에서는 부드러운 위로를 받고, 강렬하고 독특한 그림을 통해서는 상상 여행을 떠나는 듯한 재미를 맛본다. - P23
그래서 그림책 모임은 지금 나의 상태가 어떤지 미리 돌아보고 간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이다. 크게 아프기 전에 미리 열을 재고 예방주사를 맞으며 마음을 섬세히 돌보는 것이다. 찢긴 마음을 온전히 꿰매어줄 수는 없지만, 몇 땀의 위로는 건넬 수 있다. - P27
몸은 아픈데 의사는 아무 문제 없다고 하는 경우처럼, 어디 고장난 듯 문물은 쏟아지는데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 P34
자신을 바라보는 관용의 시선은 자기 안에서 멈추면 안 된다. 반드시 타인에게 확장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압권은 바로 마지막 장에 있다. 이렇게 다채로운 면모를 지닌 우리 딸이 휠체어를 탄모습으로 등장한다. 예상치 못했던 모습이다. 어찌 보면 장애는 가장 쉽게 드러나는 약점일 수 있다. 그래서 장애인을 보면 흔히 사람이 아닌 장애가 먼저 보인다. 그렇지만 장애인 역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기질과 특성이 다양하다. 타인의 ‘다름‘이 유난히 눈에 띈다고해도 사람 자체를 바라보기 위해 들이는 노력. 타인을 대하는 건강한태도는 여기에서 출발할 것이다. - P59
이 세상은 그렇게나 다른 이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 탐구생활은 혼자 할 때도 의미가 있지만, 함께 하면 훨씬 더 폭넓게 ‘다름‘을 이해하게 된다. 나를 탐구하는 것은 결국 다른 이들과 조화롭게 어울려 살고 싶다는 의지가 피워 올린 첫 잎인 것이다. - P61
매번 확인하고캐물으며 당장 답을 내놓으라 윽박지르는 질문이 아니라,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놓고 온 힘을 다해 답을 구해야 하는 질문 말이다. 이 시의 제목인 ‘첫 번째 질문‘은 인생에서 무엇보다 먼저 물어야 하는, 그래서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는 뜻일 것이다. 이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머뭇거릴 때, 우리는 비로소 진심을 다해 살아가게 된다. - P70
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나를 바라보는시점에도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되는 결점에서 조금 떨어져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손거울에 얼굴을 들이밀어 바라보기만 하지 말고, 조금 물러서서 전신 거울로 나라는 사람 전체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 약점이라고 여긴 부분이 사실은 나를 구성하는 수천 가지 요소 중 하나임을, ‘중요한 문제가 사실은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P96
아이와 나를 분리하려면 그저 떨어져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분리한다는 이유로 서로 문을 걸어 잠그고 담을 쌓고 등을 돌리는 것을 적절한 처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분리를 시도할 때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그래야 건강한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우선 거리를 두기 전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신뢰와 추억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을 때 세상을 탐색하러 나갈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각자 자기만의 세계를 형성해 나갈 때도 단절을 막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 서로가 필요할 때 들여다 보고 소중한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애정이 필요하다. 뜨겁게 끌어당겨 사랑해본 이들만이 힘껏 서로를 밀어내어 둘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 있다. - P155
귀기울여 들어본 사람만이 타인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의 마음과 내 마음을 이을 수 있는 적절한 말을 건넬 수 있다. - P166
사람이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168
말을 통해 사실과 감정, 논리와 의견을 표현한다. 그러나 똑같은 문장이 늘 똑같은 의미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 P169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회사에서든 실수를 저질렀을 때 "제 탓입니다. 죄송합니다. 해결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우리안에 있는가? 성숙한 아이린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책을 우리 아이들과 읽다가 어른들에게 읽어주기 시작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P221
선배 엄마의 한마디는 나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깊이 뿌리박혔다. 마침내 자라난 어린 나무 앞에서 "이럴 줄 알았어!"라고 말하며 옷을 줄 아는 뿌리가 단단한 엄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엄마들이 숲을 이룰 때, 상대를 믿고 기다리는 마음이 옆으로 아래로 씨앗처럼 퍼져나갈 테니까,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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