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을 ‘떠돌이’와 ‘머물이’로 양분한다면 난 일백 퍼센트 후자였다. 모험은 용감한 사람이나 하는 거였고, 나는 평생 남의 모험담을 들으며 동경하고 감탄이나 할 사람이었다. - P16

배움이란 늘 소중한 거지만, 겨우 런던에 온 첫날 ‘우리 집이 얼마나 좋았나‘를 배우게 되다니, 딱딱 부딪치는 윗니와 아랫니 사이로 한숨이 나왔다. 가장 나중에 배웠으면 했던걸 가장 먼저 배우다니 수순이 잘못됐잖아!

나는 뭔가를 ‘혼자’ 해본 경험이 지독하게 부족했던 거다

차별하지 않고, 타자화하지 않고, 없는 사람인 양 모르는 척하지 않고, 그저 ‘보통 사람‘의 범주에 모두가 속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자기를 드러내며 한길을 자유로이 다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언제라도 동전 몇 개에 알딸딸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집에서 3분 거리의 펍. 나는 후에 이것을 얼만큼 그리워하게 될까.

뭔가 서글프다. 낯선 사람은 무조건 경계해야 하는 현실이 타인의 관심을 호의로 느끼지 않고 범죄의 전조로 감지하는 내가. 하지만 별 수 없다. 지인 하나 없는 대도시에서 나를 간수하려면 모두를 경계하고 의심해야한다.

갖고 있을 땐 모른다.

익숙한 모든 것과 거리를두려고 떠난 여행이었다. 습관적인 행복 공포증에서도 벗어나고 싶었다.
큰 소리로 ‘나는 행복하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왜? 왜 행복하다고 인정하면 안 되는 건데? 왜 걱정하며 사는 게 오히려 속 편하다고 하는 건데? 행복을 인정하면 행복이 더 큰 행복을 불러올 수도 있잖아. 부정적 생각 따위 끼어들 틈도 없이 철저하게 행복해지자. 나는 그렇게 나 자신에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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