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
림태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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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라는 말을 남발할수록 점점 나의 진심이 뭔지모르게 되었다. ‘정말‘이 없었다면 나의 진심을 살피는 데더 애를 썼을지도 모른다. - P19

나는 진심이 겉으로 드러난 정황 혹은 정도를 가리켜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람이나 식당이나 물건에 신뢰와 호감을 갖게 된다. 진정성의 농도, 진심이 느껴지는 정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즉 진심은 일종의 자본이다. - P19

정말은 정말일 때만 쓸 수 있다. 정말은 진심일 때만 쓸수 있다. 정말 사랑한다면 그에게 일순위로 시간을 내주어야 한다. - P21

믿음은 기대와 대가의 합작품이다. 주고받음이 있어야 믿음의 호응 관계가 성립한다. 믿음을 부여받은 자는 믿음에 부응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믿음을 준 대상에게 잘 보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을수록 부담감과 압박감도 커진다. 믿음은 함부로 가질 일도 아니고, 끝까지 지켜내는 일도만만치 않다. - P23

믿음은내 마음을 지키고 다스리는 일이다. 나의 욕심을 잠그는일이다.
너를 믿는다는 말은 내 마음을 단단히 지켜내겠다는 각오다. 나를 끝까지 믿는 나에 대한 확신이다. - P25

"지금 통화 가능해요? 누구랑 같이 있어요?"
마음이 가는 사람이 전화해서 내게 묻는다. 나는 이렇게 물어봐 주는 게 좋다. 바쁘다거나 옆에 누가 있다고 하면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끊겠다는 살피는 마음이 들이 있다.
혼자 있다면 내가 좀 더 친근하게 굴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암시가 담겨 있다. 내가 당신 곁에 있는 누군가가 되어주면 어떻겠느냐는 은근한 다정도 품고 있다. - P38

나는 말싸움이 다름을 좁혀가기 위한 열정의 발화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 P45

"말은 관계야. 관계의 핵심은 사람이고, 나는 내 필요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면서 말해, 말에 사람이 들어 있으면 금이고, 사람이 빠져있으면 똥이야. 내가 무엇을 말할까가 아니라 이 사람에게 어떤 힘을 부여할까가 우선이야. 자부심, 자존감, 쓸모, 존중받는 느낌, 이런 게 다 힘이거든. 자기에게 힘을 주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 P52

좋아해서 참는 거랍니다. 정말로 좋아하면 좋아한다는 걸 잘 드러내지 않는다. 서툴러서 다치게 할까봐 어설퍼서 아프게 할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마음, 연민하는 마음이 정말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나는 믿는다. - P55

나는 그가 무겁게 깨닫기를 바랐다.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아무리 상대가 예의바르고 존중하는 말을 건네더라도 그건 철저하게 외면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 P62

이것은 생의 낭비다. 내면의 평화를 연습하지 않으면 인생은 악마의 말 한마디에도 함락될 수 있다. 인간은 우주 정거장을 건설할 수 있지만 자기 안의 감정과 마주할 탁자 하나 들여놓기가 어렵다. - P69

지금 하는 말이 가장 아름답고 거룩하고 위대하다. 그러므로 지금 말하되, 지금 하는 말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 P70

어쩌면 인생은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마음, 하지 않는 말에 진면목이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서 좋아하는 무엇을 하는 만큼, 싫어하는 무엇을 하지 않는 것. 그 깊은 마음은 사랑을 그윽하게 만든다. - P74

가슴에 못 박히고, 가슴이 미어지고, 가슴이 아려오는 일들이 실은 가장 가까운 사람 때문에 생긴다. 가슴과 가슴이 가까운 듯싶지만 뜨거운 듯싶지만 철벽 같고 얼음덩어리 같을 때가 있다. 이유는 단 한 가지뿐이다. 가슴어를 가슴으로 듣지 않으려 할 때. - P87

"응, 괜찮아." 엄마는 늘 괜찮다고 했다. 끙끙 앓으면서도 그랬다. 엄마의 거짓말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었을 테다.
나는 "엄마, 괜찮아?" 하고 묻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 물으면 ‘괜찮다‘라는 말에 달라붙은 긍정의 기운 때문에 괜찮아 하고 답하기가 쉽다. "엄마, 어디가 아파?" "엄마도 힘들지?" 하고 물었어야 했다. 그러면 엄마도 "그래, 엄마 아파." 하고 솔직하게 답했을지 모른다. 그러면 나는 일찍 알았을 것이다. 엄마도 나처럼 아플 수 있는 존재라는 걸. - P100

우리는 적당히 외로웠어야 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적당히 생산해내고 적당히 소비했어야 했다. 마음이 오고 가는 궤도를 파괴하고, 서로 숨 쉴 수 있는 존중의 거리를 무시했다. 모든 개체는 생존 공간이 필요하고 상생을 위해지켜야 할 경계가 있다. 각자의 궤도가 있다. - P113

그러니까 내가 말하려는 건 채소에도 유쾌하거나 우울하거나 슬픈 기분이 있으니 살펴가면서 요리를 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거꾸로다. 채소에게도 있는 기분이 왜 사람에게 없겠는가 하는 것이다. 내 기분을 당신이 좀 알아주면 안 되겠느냐는 하소연을 채소에 빗대어 하는 것이다. 착하게 군다고 아무렇게나 내 기분을 무시하지 말라고, 내색하지 않는다고 감정도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것이다. - P144

내가 무엇으로 사는가, 내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할 일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라는 뜻일 테다. - P152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사실이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사랑하기보다 사랑하지 않기가 더 어렵다는 뜻이다. - P163

문장과 문장 사이에도 멈칫하는 사월이 있다. 행간이라고 한다. 바로 읽히지 않고 생각해봐야 속뜻이 드러나는구간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이런 사월의 행간이 필요하다. 모든 관계가 직선 구간처럼 시원하게 거침없이 뚫려 있으면 좋겠는데, 조금 돌아가야 하고 조금 참아줘야 하고 조금 기다려줘야 하는 커브 구간이 있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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