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
너에겐 슬픈 나이테가 있었다.
고작 스물하고 몇 해를 살아온 사람이
그런 걸 이만큼이나 두르고 있을 줄은 몰랐다.
겉으론 여리고 가늘었지만 안을 때 느낄 수 있었다.
그 굵고 둔탁한 마음의 벽을.
얼마나 모진 날들을 계속했을까.
안고 있는 내 팔이 저릿했다.
손끝부터 한기가 배어왔다.
날씨는 여름인데 너만 겨울이었다.
들킬까 싶어 움츠리는 너를 더 안았다.
그렇게 한껏 팔을 펼쳐도 품에 다 안을 수 없었다.
이렇게 기를 쓰고 안아보니..
굵은 나이테의 출처가 분명해졌다. - P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