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


너에겐 슬픈 나이테가 있었다.
고작 스물하고 몇 해를 살아온 사람이
그런 걸 이만큼이나 두르고 있을 줄은 몰랐다.

겉으론 여리고 가늘었지만 안을 때 느낄 수 있었다.
그 굵고 둔탁한 마음의 벽을.

얼마나 모진 날들을 계속했을까.

안고 있는 내 팔이 저릿했다.
손끝부터 한기가 배어왔다.
날씨는 여름인데 너만 겨울이었다.
들킬까 싶어 움츠리는 너를 더 안았다.
그렇게 한껏 팔을 펼쳐도 품에 다 안을 수 없었다.

이렇게 기를 쓰고 안아보니..
굵은 나이테의 출처가 분명해졌다. - P114

상처와 굳은살의 반복. 그러니 이런 굵은 나이테를 두른 것이리라.
그러나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어른이리라.

안아줘야겠다.

네 나이로 돌아갈수 있도록.
애어른에서 어른은 빼고 아이로 살아갈 수 있도록.
평범하게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며 살 수 있도록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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