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겼다! 오, 세상에 난 누구와 싸우는 일이 정말로 드물고, 승리하더라도 손이 부들부들 떨려 밥숟갈도 제대로 못 쥐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엔 놀랍게도 그저 후련하기만 했다. 당연히 지켜야 할 자리를 지킨 것. 응당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린 것뿐인데도 마음속에 환희의 폭죽이 팡팡터졌다. - P149
흔히 자식이 으슥한 곳에서 깡패에게 봉변을 당하면, 부모는 다독이거나 위로하기 전에 "그러게, 왜 그 길로 갔어! 엄마가 일찍 다니라 그랬어, 안그랬어!" 하고 성부터 낸다. 하지만 피해자에게 필요한 건 힐난이 아닌 위로와 해결책이 아닐까. 난 그런 태도를 답습하지 말자. 난 그런 훈육태도(?)를 따르지 않을 거야! 이런 갸륵한 마음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사태를 개선할 방도를 찾기로 했다. - P153
엄마, 아빠가 낯선 유럽 땅을 떠돌 남은 3주가량이 내내 걱정될 듯했지만 그래도 잘 다니시리라 믿고 안심하는 수밖에. 딸자식을 런던 땅에 보내놓은 엄마, 아빠의 마음을 그제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 P157
나도 런던 땅이 여전히 낯설어 누군가 예상 밖의 반응을 보이면 자동적으로 마음이 움츠러들곤 하는데, 그녀도 일한 지 얼마 안 되어 예상치 못한 주문에 우츠러 들었나보다. 거만하게 나를 밀쳐내려고 했던 게 아니라 자신도 낯설고 겁나서 마음이 작아졌나보다. 우리는 서로 무서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젠 괜찮아. 누구도 상대를 공격하려고 그랬던 게 아니었으니까. - P164
뭔가 서글프다. 낯선 사람은 무조건 경계해야 하는 현실이 타인의 관심을 호의로 느끼지 않고 범죄의 전조로 감지하는 내가. 하지만 별 수 없다. 지인 하나 없는 대도시에서 나를 간수하려면 모두를 경계하고 의심해야한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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