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열린책들. 

64쪽. 사튀르닌과 돈 엘레미리오의 대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극해. 임성순. 은행나무 출판사. 
2부 244쪽. 선생의 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신중한 사람]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신중한 사람
이승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몰랐던 세계를 발견한다는 건 굉장한 일입니다. 처음 향 좋은 커피를 마셨을 때, 좀처럼 산이 보이지 않는 들판 앞에 섰을 때, 열 권 쯤 되는 대하소설을 끝냈을 때, 그리고 처음 만나는 작가가 엄청나게 좋을 때. 행복이란 자고로 사소한 곳에 있는 법이라지만 저는 어쩐지 아직도 굉장한 일이 늘 기대되고 새로운 것에 열광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신중한 사람>을 읽는 내내, 이승우라는 작가에 대해 생각하는 내내 저는 열광했습니다. 기뻤습니다. 새로운 작가를 또 찾았다는 사실에 말이죠. 그런 면에서 꿈이라는 건 쉽게 만족하거나 포기할 일이 아니겠네요(갑자기?!). 


살다보면 이렇게 명백하게 열광하는 순간도 있지만 대개는 무색무취의, 잔잔한 상태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지속됩니다.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궁금합니다. 그런 순간 순간들을 그냥 한 바구니에 몰아놓고 '잔잔한 상태'라 명명할 수 있는 걸까? 

철학자의 심정으로 시간을 지켜봅니다. 이 흥미로운 시간이란 개념은 끝없이 갑니다. 멈추지 않습니다. 방금 전과 지금은 그 전과 방금 전이 되어버립니다. 지금은 계속해서 다가오는 잠시 후입니다. 이런 것을 그저 '지금'이라고 묶어도 될까? 좀 더 생각을 해봅니다. 가령, 잠자는 순간. 우리는 꼴가닥 잠이 들기도 하고 서서히 잠이 들기도 합니다. 얕게 잠들어 금방 깨기도 하거니와 다시 깊은 숙면에 빠지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우리는 쉬이 '잔다'는 단순한 말로 설명해버립니다. 저는 언젠가 이런 거친 분류가 굉장한 폭력을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단히 폭력적이죠. 그것은. 우리는 매순간의 다름이나 각자가 자리한 지점의 미묘한 차이도 예리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다름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하고 다름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짐작컨대 작가는 그러한 태만의 폭력성을 지극히 잘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사건을 대충 뭉뚱그려 그리는 것이 게으름을 넘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고 진작에 경계해왔던 게 아닐까요. 저는 작품 곳곳에서 그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언부언 하는 것 같지만 실은 누구보다 성실한 태도로 화자가 하는 생각의 미세한 갈래들을 아주 가늘게 나누어 짧은 찰나를 보여주고, 찰나에서 또다른 찰나로 이동하는 모양을 보여주니 말입니다.

 

그는 그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왜 그녀가 한 그 말만은 붙들려 하는지, 때때로 그 말에 유별난 신뢰를 보내고 싶어 하는지 똑떨어지게 설명할 수 없었다. - <딥 오리진>, 163쪽


그래서 『신중한 사람』에 실린 이승우의 작품들은 한없이 편하게 읽을 수도, 한없이 어렵게 읽을 수도 있는 기이한 작품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사건 같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전개와 독백, 사소한 이야기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작가의 포착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때로 한 편의 부조리극을 떠올리게도 하지만요, 뭐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이 그저 작가의 이 지독하고 일관된 성실함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치솟는 울화를 신중한 성격의 Y는 표현하지 않았다. 신중한 자는 저지르거나 부수거나 걷어차지 못한다. 신중한 자는 보수주의자여서가 아니라 신중하기 때문에 현상을 유지하며 산다. 현상이 유지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현상을 유지하지 않으려 할 때 생길 수 있는 시끄러움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현상을 받아들이고, 그 때문에 때때로 비겁해진다. - <신중한 사람>, 46~47쪽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무의미의 축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아. 이 책은 어째서 이토록 짧은가...!

모르긴 몰라도 적지 않은 분들이 책을 덮으며 저와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확신합니다. 이 확신에 찬 예감은 비단 이 책이 '쿤데라'의 책이기 때문일 뿐 아니라 좀 더 많은, 좀 더 계속되는 농담과 이야기를 원하게 되는 책읽기라는 점이 크게 한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들, 재기 넘치는 인물들이 우리에게 더 많은 농담과 '무의미'한 생각을 늘어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한없이 목마른 사막의 동물 같은 심정에서 책은 참으로 달콤하고 갈증나게 하는 애증의 소설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특별히 두 등장인물에 대해 쓰고 싶습니다. 알랭. 그리고 다르델로.

 

알랭은 어머니와 배꼽에 대해 생각합니다. 태초부터 대를 이어 자라나는 거대한 나무에 대해 생각합니다. 사과쟁이로 태어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운명에 대해 생각합니다. 살인자(알려지지 않은)와 어깨를 부딪히고도 일방적으로 사과하고 말았던 자신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는 사과해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사과하려고 합니다.

 

맞아. 사과하지 말아야 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사람들이 모두 빠짐없이, 쓸데없이, 지나치게, 괜히, 서로 사과하는 세상, 사과로 서로를 뒤덮어 버리는 세상이 더 좋을 것 같아. - 58쪽

알랭의 태도는 어쩐지 소심해 보이기도 하고 우울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알랭이 사색적이고 겸손하고 다정하며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알랭의 사소한 것에 대한 중대한 고민, 또는 중대한 것에 대한 사소한 고민은 과연 '무의미의 축제'라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다르델로. 자신도 모르게 제가 암에 걸렸다고 거짓말 해버리는 등장인물. 저는 이 다르델로가 참 흥미롭습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상상의 암이 그를 즐겁게 했(19~20쪽)'습니다. 거짓말 한 자신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는 웃었고, 좋은 기분을 만끽했(20쪽)'지요.

 

자기 거짓말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다 보나 이상하게도 그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 19쪽

이 장면에 <무의미의 축제>를 관통하는 상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의미. 습관적으로 '의미'를 찾고 '의미 없음'을 경멸하는 분위기가 분명 우리에게 있지요. 그래서 밀란 쿤데라가 설파하는 '무의미'가 생경하기까지 한데요. 그러나 작가의 '무의미'는 단지 무(無)가 아닙니다.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 본의 아니게 주어진(!) 삶에 대한 적확한 태도를 고민한 데서 나온 것입니다. 자신의 삶이 끝났다고 거짓말을 해놓고 웃고 좋은 기분을 느끼는 다르델로에게서 저는 이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조금 힌트를 얻은 것 같습니다.

 

<무의미의 축제>는 <농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에서 이어온 작가의 독특함과 큰 틀에서 연결됩니다. 작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말이죠. 그에게 ‘농담’은 큰 화두입니다. 소설 <농담>에서 주인공 루드빅이 던진 농담 한 마디는 그의 인생을 통째로 흔들어버려요. 농담이 나비효과처럼 여러 의도를 뒤집습니다. <무의미의 축제>에서 작가는 다시 특유의 ‘농담’을 독자 앞에 내던졌습니다. 농담을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무의미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의미에 몰두하는 우리가 과연 작가의 말을 따라 ‘무의미’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85세의 노작가가 전혀 힘을 잃지 않고 이런 소설을 써냈다는 사실이 놀랍고 기쁩니다. 철학적이고 유려하고 경쾌한 문장들이 참으로 반갑습니다. 여러 곳에서 이 책에 대해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을 이야기하지만 열혈 독자인 저는 여전히 다음 작품을 기대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강한 믿음으로 말이죠.

 

 

 

보잘것 없는 것의 가치를 그 사람은 전혀 몰랐고 지금도 몰라. - 25쪽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을 뒤엎을 수도 없고, 개조할 수도 없고, 한심하게 굴러가는 걸 막을 도리도 없다는 걸 오래전에 깨달았어. 저항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뿐이지. - 96쪽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흔한 책이 흔하지 않아서, '책을 읽는다'고 하면 신기하다거나 대단하다 혹은 대체 책이 왜 재미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조금 머뭇거리게 돼요. 질문자가 즐기는 영화나 팝송, 대중가요 대신 내게는 책일 뿐이니까요. 특히 이제 추천하려고 하는 책들은 모두 독자로 하여금 피를 끓게 하고 완전히 몰입하게 하고 흥분하게 만들죠. 이런 것을, 다른 분야에 열광하는 것과 굳이 다른 층위에 놓을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강조하고 권유하고 싶은 책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너무나 많아요. 축복인지 저주인지 도통 알 수가 없군요. 어쨌든, 출간 소식만으로 흥분하게 하는 작품들! 기쁜 마음으로 소개합니다.  

 

 

 

'교고쿠 나츠히코'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언젠가부터 타인을 가늠할 때 반드시 떠올리게 되는 기준입니다. 그만큼 제겐 중요한 작가고 그래서 이 작가의 신작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처음 이 작가를 만났을 때의 강렬함이란, 다시 생각해도 엄청나요. <망량의 상자>와 <우부메의 여름>에서 작가는 독자를 깜짝 놀래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보들을 숨겨놓고 뒤집어놓고 가까스로 펼쳐 보였는지 모릅니다. 바로 그(!) '교고쿠도' 시리즈의 새 작품이 나왔으니 그것이 바로 <무당거미의 이치>! 으아아!!!

이거... 정말 소중하다는 말밖에 할말이 업습니다. >.<///

 

 

 

 

어느 해엔가 고전을 독파하겠다고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목록을 펼쳐놓고 읽을 책을 고르며 신났던 적이 있습니다.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새로운 책이 나오는 걸 보면 정말이지 좌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좌절감 속에는 생경함에 대한 설렘이 꽤(많이) 포함되어 있어 그리 나쁜 감정만도 아닙니다. 바로 이것이 책의 매력 아닐까요. 다른 시대, 다른 공간에 있는 작가와 직접 대면하는 것.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은 그래서 단연 꼽아두어야 할 목록입니다. 작가의 장례식에 광부 대표단이 '제르미날!'을 연호했다는 소개가 무척이나 눈에 띄는군요.

 

 

 

 

 

저는 미야베 미유키를 아직도 읽지 않고 있는 사람입니다만, 제가 앞서 '교고쿠'와 '에밀 졸라'에 열광했듯이 이 미미여사에게 열광하는 많은 사람들을 주변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이 작가를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마침 <피리술사>가 굉장히 호평 받고 있으니 이 책으로 '미야베 미유키 월드'에 입성해 보려고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