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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순결
엘리자베스 엘리엇 지음, 양은순 옮김 / 예향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시대가 변하여 남녀 간의 사랑에 있어 그 정의와 그것을 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의 사랑은 주로 마음을 나누는 것이었다. 상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상대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것이 사랑이었다. 상대의 생각을 듣고 공감하여 상대의 내면을 알아가며 그 사람의 장점과 단점 모두를 기꺼워하는 것이 사랑이었다. 상대를 알아감으로 서로에 대한 연정(戀情)을 차근히 키워가는 것이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사랑은 이와 거리가 멀어졌다.
오늘의 사랑은 주로 육정(肉情)적이다. 육욕적이다. 서로의 육체에 대한 탐닉을 통해 나의 쾌락을 채우는 것이 우선이다. 상대를 만지고, 탐하여 나의 색정(色情)을 채우는 것이 일단(一旦)의 목표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어쩌면 그 목표를 채우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사랑은 단지 하나의 도구로 여겨진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주로 남성의 방식이다. 어쨌든 이제 사랑은 감정보다는 육체를 우선으로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그리스도인들마저 그러한 잘못된 사랑의 방식을 쫓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사랑에 있어 자기 절제와 순결은 고리타분한 생각이다. 사랑을 하면 으레 상대의 몸을 (어떠한 방식이 되었든) 취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믿지 않는 이들에 비하면 아직도 자기를 잘 지키는 미혼의 그리스도인들이 많다. 하지만 세상의 가치와 방식으로 인해 혼란을 느끼고 어느 것이 옳은 사랑의 방식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러한 혼돈은 연애와 결혼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방식을 취하게 만들고 있다.
'열정과 순결'
본서는 성과 사랑에 대한 이해와 그것을 대하는 방식이 참으로 무질서한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옛 방식은 결코 쓸모 없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책이다. 창끝(End of the Spear)이라는 영화 등을 통해 알려진 순교한 짐 앨리엇 선교사,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 엘리엇이 남편이었던 짐 앨리엇과 어떻게 사랑하고 연애를 했는지 보여줌으로써 이 시대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하나님 안에서 순결하고 열정적인 사랑이 충분히 가능함을 전한다.
본문은 총 43장으로, 크게 보면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독신에 대한 견해, 사랑이 찾아오기까지의 기다림, 연애의 방식, 그리고 결혼까지 열정과 순결을 지키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내용은 저자인 엘리자베스의 관점에서 그녀가 남편이었던 짐을 만나기 전, 그리고 그를 만나고 연애하까지의 경험과 생각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그녀의 일기, 그리고 짐과 주고 받은 편지들, 그녀가 다른 이의 연애와 결혼에 대해 상담해 준 사례 등을 첨가하여 솔직함을 더하고, 다양한 경우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본서를 통해 엘리자베스는 옛 방식의 사랑과 연애는 결코 낡은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것은 여전히 유효하며 특히 그 방식을 통해 하나님께 충분히 영광을 올려 드릴 수 있음을 알려준다. 우리는 이성을 사랑하고, 연애를 하는데 있어 순결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음을 일깨워 준다. 비록 인내는 고통스럽고, 기나긴 기다림은 때론 실망과 아픔을 가져다 주지만 그것의 열매는 무척이나 달콤함을 알려준다. 우리는 사랑과 연애와 결혼, 그 모든 과정에 있어 우리의 욕망에 지배 받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과정 모두를 하나님께 내어 드리고 그분을 의지하는 가운데 정결함을 유지함으로 그에 대해 주어지는 풍성한 열매를 맛 볼 것을 권한다.
본서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좋지만,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띈다. 내용과 상관 없이 엘리자베스의 3번의 결혼 사실은 성경을 주장하는 본서의 내용에 어폐가 될 여지가 있다. 물론 독자가 그것에 대해 신경을 쓰고 평가 할 이유와 책임은 없다. 하지만 결혼에 관한 성경의 말씀을 상기할 때, 그러한 사실은 연애와 결혼에 대해 성경으로 돌아갈 것을 말하는 본서의 메시지를 반감시키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육체와 영을 구분하여 육적인 것은 악하다고 보는 저자의 견해는 오해와 논쟁의 여지가 되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또 다른 아쉬움은, 내용이 다소 산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본서는 저자 자신이 사랑을 구하는 단계에서부터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오고, 사랑을 하는 등의 일련의 순서대로 기록 되어 있다. 그 순서를 구성하고 채우고 있는 내용들 중 불필요하게 보이는 부분들이 꽤 많다. 내용을 좀 더 정련(精鍊)하여 사랑과 연애 및 결혼에 실직적으로 도움을 주는 구체적 내용들 - 예를들면 다음으로 지적 할 아쉬움을 보완 할 만한 - 을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끝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기독교 율법, 사랑과 연애와 결혼에 있어 지키고 따라야 할 방식과 한계가 어디까지가 성경에 일치하는 것이라고 동의해야 할지 의문이 든다. 물론 저자가 순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분명히 본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 순결이라는 기준의 한계는 어디까지이고, 그것을 과연 누가 정할 수 있을까?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기준, 이를테면 연애의 진도라고 하는 상대를 만지고, 쓰다듬고, 손잡고, 껴안고, 키스하며 잠자리를 함께하는 오늘의 세상적 기준 및 과정들 중 과연 어디까지가 성경에 부합하는 것일까? 안는 것까지만? 아니면 손을 잡는데까지만? 아니면... 성경에서는 그러한 것까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단지 음행을 피하라고 한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음행일까? 따라서 무조건적으로 여기까지가 성경적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이 이해하고 수긍할 있는 순결에 대한 정의와 이해 및 한계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본서에서는 그렇지 못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위에서 길게 지적한 아쉬움은 이 책을 읽는 독자가 크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쉬운 부분은 다른 책을 참고하면 된다. 독자는 본서에서 취할 수 있는 부분을 취하면 될 것이다. 사랑과 연애에 있어 하나님 인도하심을 구하고, 자신의 욕망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려는 노력. 특히 하나님이 남녀에게 육적 교합을 허락하신 합당한 시점인 결혼까지 순결을 지키려는 굳은 의지.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 그러한 과정 속에서도 충분히 만족 할 만한 사랑을 할 수 있고, 열정적인 사랑이 가능함을 배워서 자신에게도 적용하고 노력하면 좋을 것이다. 본서는 비록 여성의 관점에서 씌어졌지만, 여성만 읽어야 할 책은 아니다. 남성들은 여성을 이해하는데 본서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 안에서 이성을 사랑하고 대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모든 말을 정리하면, 사랑을 구하고 원하는 모든 미혼의 남녀에게 본서는 하나님 안에서 사랑을 기다리고 순결을 지키며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줄 것이다!
세상의 방식은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의 모든 것을 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나 육체에 대해서. 따라서 사랑하면 당연히 함께 잠자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하기 전이라도 사랑을 하면 잠자리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남성의 경우 여성과 잠자리를 했느냐 안 했느냐, 몇 명의 여성광 잠자리를 했느냐가 남성성, 그 능력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며 여성과 잠자리를 한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그래서 남성의 연애의 목표는 여자 친구와 잠자리를 하는 것이다. 이것의 오늘의 세상적 사고 방식이다. 그러나 성경은 결혼 전 음행을 피할 것을 말씀한다.
연애는 결혼을 위한 준비 기간이다. 단지 육체적 괘락을 즐기기 위한 합법적 도구가 아니다. 연애는 결혼 전까지 서로를 알아가고, 아끼며 지켜주는 기간이다. 그 열매가 되는 결혼을 위해, 보다 원만한 결혼 생활을 위해 - 물론 결혼 이후에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지만 - 자신을 준비시키는 기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리스도인들은 연애를 통해서도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연애를 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모든 삶은 하나님을 영광을 위한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떠한 것이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리고, 기쁘시게 하는 연애인지 사랑하는 남녀는 함께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순결은 왜 지켜야 하는지 분명하게 직시하고, 어떻게 하는게 순결을 지키는 것인지 알고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하나님 안에서, 보다 열정적인 사랑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