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그런 표정을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느꼈다. 여지껏 그렇게정직하게 고통스러운 얼굴을, 그렇게 정직하게 고독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가슴이 뭉클하더니 심하게 두근거렸다. 그는 이십등, 삼십등을 초월해서 위대해 보였다. 지금 모든 환호와 영광은 우승자에게있고 그는 환호 없이 달릴 수 있기에 위대해 보였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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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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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대신 편법을, 원칙대신 변칙으로 사는 걸 은연중 권장하는 사회는 뭔가 잘못된 사회다. 마찬가지로 특혜나 특사가 자주 있어야 하는 사회도 인간다움이 그만큼 자주 짓밟힌 사회라는 혐의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인권만은 특혜로 줄 수 없는 것이기때문에 함부로 빼앗을 수도 없는 것이 아닐까.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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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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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 아름답고 착한 이가 오래 살게 해 주소서. 그날 밤도 그후에도 나는 그 여자 일이 걱정될 때마다 이렇게 간절하게 빌었다.
그 여자가 퇴원했단 소식을 듣고도 바로 문병을 가지 못했다. 용기가없었다. 아무리 심성이 밝고 고운 이지만 암과 싸우기 위해선 독하고험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것 같았고 그렇게 변한 그 여자를 보는 게겁이 났다. 차라리 안 보고 아름다운 이로서 길이 기억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같이 문병 가자는 딴 이웃들의 권고를 받고 비로소 그 여자를 보러 갔다. 그 여자의 병상은 내가 멋대로 상상하고 겁을 낸것처럼 그렇게 참담한 게 아니었다. 건강할 때보다 많이 수척해 있었지만 건강할 때보다 한층 착하고 밝은 표정이었다. 건강할 때의 그여자의 밝음이 눈부신 거였다면, 병상의 밝음은 고개가 숙여지는였다. 그렇다고 그 여자가 자신의 병명을 모르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 여자는 화사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요샌 우리 큰애가 대학교 갈 때까지만 살게 해 주십사고 열심히기도하는데 너무 과하게 욕심 부리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 집 큰애는 고등학교 일학년이라고 했다. 그런데 과욕(過慾)이라니.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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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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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뿐 아니라 어떤 노인도 어린 손자와 함께 있을 때 슬프지 않다.
생명이 소멸돼 갈 때일수록 막 움튼 생명과 아름답게 어울린다는건 무슨 조화일까? 생명은 덧없이 소멸되는 게 아니라 영원히 이어진다고 믿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이번 겨울엔 내 어머니가 증손자가 무릎으로 엉겨붙는 당신의 집으로 돌아가 계시게 해야겠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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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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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두 굶주리고 헐벗었을 때 꿈꾼 보다 나은 세상은 일만하면 배부르고 등 뜨스울 수 있는 세상이었다. 이제 우린 열심히 일만 하면 배부르고 등 뜨스울 수 있는 정도는 보장된 세상이 됐다고믿으면서도 보다 나은 세상에 대한 갈망은 오히려 헐벗고 굶주렸을때보다 더하면 더하다.
우상을 섬기지 말아야 하는 건 기독교 정신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정신이고 보다 나은 세상에 대한 갈망이란 바로 참으로 그리고 골고루 민주적인 사고와 생활 방법에 대한 갈망이 아닐까. 이제겉모양이 드높고 내부 장치가 으리으리한 고층 건물만 가지고 근대화(近代化)를 뽐낼 게 아니라 그 속에 근대적인 정신을 담을 때도되지 않았나 싶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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