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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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졸업장은 허무할 정도로 가벼웠다. 시린 바람 한 번에날아가 버린 종이를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떠도는 구름 사이로하늘이 보였다. 저 푸른 빛 너머에 있는 별은 그 애가 좋아하던 것이었다.
"W에서 한 뼘."
이 한마디를 주문처럼 기억하고 있다. 그 애는 손을 쭉 뻗어 막막한 하늘을 가리키며 그곳이 제집이라 했다. 자기는 이 별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고, 먼 우주를 날아와 지금 이곳에 있는 거라고,
그건 너를 만나기 위함이었다고.
눈발이 날렸다. 새하얀 눈송이는 땅바닥에 내려앉자마자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내 존재 속에 그 애라는 무게가 하나둘 떨어지듯 그렇게, 잊을 수 없는 자취를 남기듯이.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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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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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날씨에 코트 입고 다니는 게 정상이니? 내일부터 안 입고 다녀봐. 다닐 만할걸?"
금성무는 그렇게 설득했고 세탁소 사장도 "지금은 겨울옷을 싹 정리해서 넣을 때지. 입을 때는 아니야" 하고도왔다. 하기는 강화에 있었다면 지금까지 코트를 입고다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추웠고 그건 몸을덥히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나를 안정적으로 눌러줄 얼마간의 무게가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나 같은 건누군가 놓친 유원지 풍선처럼 날아가버려도 그만일 테니까. 대문 밖만 나가면 아는 얼굴들이 나타나는 섬과, 사람물살을 헤치고 다닐 때마다 생소한 얼굴들이 차고 슬프게다가왔다 사라지는 이곳의 봄은 완전히 다른 계절이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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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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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그런데 어쩔 것이야, 다음을 기다려봐야지. 그런다고 바다 소금이 어디 가버리는 것도 아니고, 사는 게말이야, 영두야. 꼭 차 다니는 도로 같은 거라서 언젠가는유턴이 나오게 돼. 아줌마가 요즘 운전을 배워본 게 그래."
"유턴이요?"
"응, 그러니까 돌아올 곳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알고 있으면 사람은 걱정이 없어. 알았지? 잘 왔다. 잘 왔어."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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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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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하숙으로 온지 며칠 되지 않아 나는 이 집의 사람들이 기이하게 불행하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보면 강화석모도에서 혼자 전학 온 중2짜리 여자애가 그 집의 최약체였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하숙집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어떤 병든 습벽 같은 것은 없었다. 그렇다고 서울로 온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나는 늘 그렇듯 미래를 낙관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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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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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가 곡선을 그리며 뒷걸음으로 다가와 말했다. 나는가방에서 스케이트를 꺼내 신고 얼음판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빙판을 지치고 나갔다. 연못가에 서 있던 리사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그애를 앞질러 나아갔다. 다리에힘을 주어 양발을 교차해 나아갔다. 사각거리는 불행의촉각을 느끼며 나아갔다. 여기에 남는 것과 강화로 돌아가는 것 그 둘 중에 무엇이 더 큰 불행인지 가늠해보고 싶었다. 이 연못이 한가운데까지 완전히 얼어 있는 것과 아직 어딘가는 얼어붙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 그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을 모두 느끼며 질주했다. 구름이 달을 통과하자 달빛이 쏟아졌고 거기서 떼어낸 투명한 빛들이 내가달리는 방향으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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