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하나가 있는 게 좋아. 한밤중에 컴퓨터 방에 혼자 있으면 하나가 스윽 들어와서 책상 위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가있어. 간식 달라는 것도 아니고 놀아달라는 것도 아니야. 그냥가만히 앉아서 나를 보는 거야. 그럴 때 눈을 마주치고 있으면뭔가 아주 사소하고 약간 따뜻한 얘기를 나누는 기분이 들어." - P128
태주는 또, 황망했겠어요. 말하려다가 말을 삼켰다. 한편으로는 클리셰 같아서 진부하고 한편으로는 문어체적이라 거리감이 있어서였다. 그때 명이 툭 던지듯 말했다."황망했어요. 그때 참."태주는 살짝 놀랐다. 생각은 언어로 이루어진다. 특정 상황에서 같은 단어를 떠올리는 것은 생각의 경로가 감정의 경로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명의 언어는 태주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같은 집의, 같은 세계의 인간인 것이다. - P111
태주는 또, 황망했겠어요, 말하려다가 말을 삼켰다. 한편으로는 클리셰 같아서 진부하고 한편으로는 문어체적이라 거리감이 있어서였다. 그때 명이 툭 던지듯 말했다."황망했어요. 그때 참."태주는 살짝 놀랐다. 생각은 언어로 이루어진다. 특정 상황에서 같은 단어를 떠올리는 것은 생각의 경로가 감정의 경로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명의 언어는 태주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같은 집의, 같은 세계의 인간인 것이다. - P111
사랑이 사랑의 말을 만들었다. 사랑의 말이 사랑을 만들었다. 기의가 기표를 만들었고, 기표가 기의를 만들었다. 명에대한 사랑이 사랑의 발화를 만들었지만 사랑의 발화는 명에대한 사랑을 더 깊게 만들었다. - P90
태주는 또 잠시 생각한 뒤에 말했다."나도 생긴 게 성격을 넘어서는 타입이었던 것 같아요.""태주씨도 잘생겼다고들 했어요?"명의 눈이 반짝거리는 것처럼 보였다."잘생겼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런 게 아니라 어릴때부터 친구들이 나에 대해 과묵하다고들 하거든요. 아무리말을 많이 해도 지나고 나면 나를 말 없던 친구로 기억하는 거죠.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나처럼 생기면 그렇게 보이나봐요.멍하니 있으면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하느냐고 물어들 봐요. 정말 멍하니 있는 건데 말이에요. 사실대로 말하면 안 믿어요. 지어내기도 난감해서 가만히 있으면 그게 또 과묵해 보이나봐요." - P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