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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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빗자루를 든 채 내 집 앞 산책로에 조용히 서서 에올라 생각을 한다. 그리고 길을 청소하는 적절한 방법을 내게 가르쳐 준 사람이 외할머니라는 걸 더 이상 확신하지 못한다. 에올라였을지도 모르지. 외할머니는 전혀 그러지않았지만, 에올라는 일하러 다니는 날마다, 그 매일마다 내외조부모님 집 앞 산책로를 청소하기 위해 물려받은 헌 신발을 신고 먼지투성이 도로를 걸어 내려가지 않았던가? 내가 물어봤을 때 알려 준 사람은 에올라가 아니었을까? 내가콩들을 길게 꿰도록 해 준 에올라, 빵 반죽 쪼가리를 손으로주무르게 해 주고 나에게 칠면조 파이를 구워 준 에올라? 이스트 롤 조리법을 남기지 않은 에올라? 씨앗 왕관들이 바람을 타고 그녀를 나에게 다시 데려다 줄 때까지 기억에서 잊혔던 에올라?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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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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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죽음을 토대로 번성한다.
그러나 봄 햇살 속에 가만히, 아주 가만히 있어 보아라.
그러면 잿빛머리 박새 한 마리가 당신의 머리칼을 거둬 모으러 다가올 것이고, 그것으로 새끼를 위한 부드럽고 따뜻한 둥지를 만들 것이다. 담쟁이덩굴이 집 한쪽 면을 기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아라. 그러면 어느 날 핀치 한 쌍이 담쟁이 잎사귀 사이에 균형을 잡고 자리한 작은 둥지에서 새끼들을 달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파랑새들이 나무에서노래하는 소리를 들어라. 그러면 어두운 둥지 상자 속 구멍에서 어린 새가 입을 벌린 채 넓고 환한 세상을 생애 처음으로 유심히 응시하는 모습을, 그런 다음에는 스스로를 하늘에 맡기는 모습을 제시간에 보게 될 것이다. 적당한 날 창가에서 기다려 보아라. 그러면 로즈마리 덤불 아래 숨겨진 솜꼬리토끼 굴이 당신 앞에서 열리고, 작은 토끼들이 지난가을의 나뭇잎을 들어 올리고 엄마의 털을 한쪽으로 밀어 놓은 뒤 밖으로 나와 귀를 쫑긋 세우고 코에 주름을 잡고 민들레의 씁쓸한 첫맛에 몸을 웅크릴 것이다. 그건 정확히 그들이원한 바로 그것일 것이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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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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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들-어머니와 아버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하얀후광 속에 온전히 차분하게 잠겨 있는 외외증조할머니-이 모두 내 주위에 모여 있다. 너무 일찍, 작고 허약하게 태어난 나는 모든 사진 속에서 잠을 자고 있으며, 그들은 모든사진 속에서 내 주위에 모여 머리를 기울인 채 내 입술이 또다시 파래지지 않기를 바라며 각자 너무도 얕게 숨을 쉬며나를 지켜보고 있다. 나는 너무 작고 항상 추위를 탄다. 하지만 친족들은 마치 태양인 양 나를 보고 있다. 내 부모님과외조부모님 그리고 외외증조할머니, 그분들 모두가 나를 지켜보기 위해 모였다. 그분들은 내가 태양인 양, 그분들이 그때껏 평생 추위를 탔던 양 나를 보고 있다.
나는 태양이다. 하지만 그분들은 행성이 아니다.
그분들은 우주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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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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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개는 문이 꼭 닫혀 있을 때 잠에서 깨어난다. 딸깍은뒷문 소리, 쿵은 차문 소리다. 이제 그 늙은 개는 집 안에 자기 혼자 있다고 믿는다. 끼익끽 소리를 내며 물러나는 차가드르륵 하는 타이어 소리를 내며 길 위에서 멀어져 간 뒤 주위가 조용해지면, 그 늙은 개는 이 세상에 자기 혼자 있다고생각한다. 개는 문 옆에 선 채로 주저앉는다. 아픈 궁둥이가바닥에 닿을 때까지 궁둥이와 뒷다리를 조금씩, 천천히 낮춘다. 그런 다음 앞발을 천천히, 천천히 앞으로 미끄러뜨린다. 그리고 움직임을 멈춘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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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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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순환을 차라리 죽음의 순환이라고 부르는 편이나을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을 것이고, 죽는 모든것은 먹힐 것이다. 벌레는 파랑새에게 먹히고, 파랑새는 뱀에게 먹히고, 뱀은 매에게 먹히고, 매는 올빼미에게 먹힌다.
이것이 야생의 작동 방식이고, 나는 그걸 안다. 그래도 마음이 아프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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