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죽음을 토대로 번성한다.
그러나 봄 햇살 속에 가만히, 아주 가만히 있어 보아라.
그러면 잿빛머리 박새 한 마리가 당신의 머리칼을 거둬 모으러 다가올 것이고, 그것으로 새끼를 위한 부드럽고 따뜻한 둥지를 만들 것이다. 담쟁이덩굴이 집 한쪽 면을 기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아라. 그러면 어느 날 핀치 한 쌍이 담쟁이 잎사귀 사이에 균형을 잡고 자리한 작은 둥지에서 새끼들을 달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파랑새들이 나무에서노래하는 소리를 들어라. 그러면 어두운 둥지 상자 속 구멍에서 어린 새가 입을 벌린 채 넓고 환한 세상을 생애 처음으로 유심히 응시하는 모습을, 그런 다음에는 스스로를 하늘에 맡기는 모습을 제시간에 보게 될 것이다. 적당한 날 창가에서 기다려 보아라. 그러면 로즈마리 덤불 아래 숨겨진 솜꼬리토끼 굴이 당신 앞에서 열리고, 작은 토끼들이 지난가을의 나뭇잎을 들어 올리고 엄마의 털을 한쪽으로 밀어 놓은 뒤 밖으로 나와 귀를 쫑긋 세우고 코에 주름을 잡고 민들레의 씁쓸한 첫맛에 몸을 웅크릴 것이다. 그건 정확히 그들이원한 바로 그것일 것이다. - P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