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학의 자리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해봤어."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영주는 입을 다문채로 준후의 눈을 응시했다.
"나는 당신이 버거웠던 것 같아"
"난 최선을 다했어요."
"그 최선이, 숨 막혔어."
미안, 이라고 곧장 말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아내 옆에서 그는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했다. 편히 쉴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외도를 했다. 외도의 모든 책임이 아내에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외도를 하게 된 계기가 되기는 했다. 마음을 달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골이 깊어졌다. 아내와 떨어지자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이제 두번 다시 그쪽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혼을 원했다.
준후의 고백을 영주는 끊지 않고 들었다. 분명 자존심이 상할테고, 몇 번이고 말을 끊고 항변하고 싶었을 테지만 가만히 그의말을 들었다. 이따금 두 손을 꼭 쥐었다가 풀 뿐이었다.
"고집이었어." - P28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홍학의 자리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주는 항상 그랬다. 깔끔한 모습으로 그를 대한다. 뭔가 대화를 하려 하면 차를 내오지 않으면 큰일 나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런 영주의 앞에서 준후는 항상 손님의 기분을 느꼈다. 모델하우스처럼 깨끗한 집에서 잘 차려입은 여자가 내오는 차를마시면 자신 역시 그에 맞춰 격식을 차려야 할 것 같았다. 속엣말을 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한다. - P2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홍학의 자리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일그러진 조미란의 얼굴을 보며, 정은성은 조미란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슬프다는 얼굴을했다.
"내가 어떻게 엄마를 실망시켜"
허, 하고 조미란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그녀는 목적지를코앞에서 잃은 사람 같은 얼굴을 했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그녀는 아들의 얼굴을 보고, 수갑이 채워진 자신의 손목을 보았다. 그러고는 목을 꺾어 천장을 응시했다. 하, 깊은 숨을 내쉬고는 하하, 메마른 웃음소리를 냈다. - P2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홍학의 자리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당신을 잘 알아요."
영주가 준후를 따라 벌떡 일어섰다. 준후는 말끄러미 그녀를보았다. 다현도 그랬다. 선생님을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안다고말했다. 왜 ‘안다는 것‘에 그렇게들 집착하는 걸까. 자신을 가장잘 안다던 다현은 알까? 다현의 죽음에 자신이 그렇게 슬프지않다는 것을. - P2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홍학의 자리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준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호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호수의 표면에 그의 얼굴이 비쳤다. 아주 잠시, 준후는 그것이 자신의 얼굴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무섭게 굳어버린 얼굴 속에 일그러진 욕망이 있었다. 두려움과 슬픔의 외피를 두른악마가 도사리고 있었다. - P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