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의 죽지 않는 아이들에게. 예쁜 이야기인줄 알고 가볍게 시작했는데 생각이 많아졌다.
밭일을 할 때도 어망을 끌 때도 동료들하고 노래하면서 했잖아?그렇게 하면 쓸데없는 힘을 빼는 효과가 있었을 거야. 무턱대고필사적으로 하다 보면 오히려 다칠 수도 있어. 다 같이 노래를하면 연대감도 생기고 리듬도 맞지. 작업 효율도 올라가고 말이야 아마 그편이 덜 피곤했을걸."여름 별장에 오기까지의 넉 달 동안 나는 트레이싱페이퍼.에 몇천 몇만 번의 선을 긋고 같은 길이의 선을 지우개로 지웠다. 학창시절에 그었던 모든 선보다도 그것은 훨씬 더 긴 선이될 것이다. - P148
우치다 씨가 입고 있는 빨간 티셔츠 가슴께에 ‘LESS ISMORE‘라는 하얀 글자가 조그맣게 쓰여 있었다. 등에도 같은 위치에 LESS IS BORE‘라고 적혀 있었다. 앞쪽은 미스반데어로에가 남긴 말, 등 쪽은 미스의 LESS IS MORE‘를 비꼰 로버트벤투리의 말이다. ‘군더더기 없는 풍요로움‘과 ‘군더더기 없는지루함‘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을 것 같은 우치다 씨가 진기한얼굴로 빨간 티셔츠 안의 가슴을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여서 숨쉬기의 본을 보여주었다. - P147
"시주라는 불교 냄새가 나는 단어를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을까? 주택건설업자들은 시주님이라고 말하고 말이야. 역사적으로 보면 건축가의 일은 국가나 종교가 뭔가 계획하면서 시작된것이니까 애당초 베풀어지고 주어졌던 것인지도 모르지. 그리고 건축가에게 집을 설계하게 하는 일은 이삼십 년 전까지만 해도 있는 사람들의 도락에 지나지 않았어. 가난한 건축가에 대한시주라는 뉘앙스가 가미되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모르지." 우치다 씨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덧붙였다. "어떻든 간에 여기서는 시주라고 하지 않아 클라이언트라고 하지." - P142
나는 나한테 배정된 이층 서고에 짐을 갖다놓고는 양말을 벗고 맨발이 되어보았다. 나무 바닥이 차가워서 기분이 좋다. 여름내내 맨발로 보내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가운뎃마당에 면한작은 유리창을 열자, 눈앞에 커다란 계수나무가 보였다. 늦게 온치프 격인 가와라자키 씨 차가 계수나무 밑을 빙 돌아서 주차하는 참이었다.모든 유리창이 열리고 공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여름 별장이천천히 호흡을 되찾아간다. - P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