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루비
박연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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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유년이 시절이라는 것. 유년은 ‘시절이 아니다. 어느 곳에서 멈추거나 끝나지 않는다. 돌아온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 컸다고 착각하는 틈을 비집고 돌아와 현재를 헤집어놓는다.
사랑에, 이별에, 지속되는 모든 생활에, 지리멸렬과 환멸로 치환되는 그 모든 숨에 유년이 박혀있다. 붉음과 빛남을 흉내낸 인조보석처럼. 박혀 있다. 어른의 행동? 그건 유년의 그림자, 유년의 오장육부에 지나지 않는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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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루비
박연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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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본질은 약한 척이다. 약함을 인정하는 일. 당신이 나를 돌본다면 나역시 당신에게 무언가를 주겠다는 서약도 포함된다. 귀신에게 내 약한 목덜미를 보여주어 귀신의 공격 의지를 잃게 만들어야 했다. 기도를 하는 중에 대문 쪽을 바라보면 감나무 이파리들도, 시멘트바닥도, 기어가는 개미떼도, 내가 신은 어른 슬리퍼도,
귀신을 향해 맞잡은 두 손도, 밤의 색으로 물든 것처럼 보였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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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루비
박연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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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시작되는 건 한순간이다. 미움이 쌓이는 데엔평생이 걸릴 수 있지만, 일곱 살 때 그걸 알았다. 그 빈대가 아니란 것. 누군가를 미워하기 위해선 평생을 노력해야 할 수도 있다는 걸 단박에 알았다. 뻥튀기 아저씨가 ‘뻥‘ 소리를 제조하는 리어카 앞에서. 내 눈에 그가 하는 일은 굉음을 제조하는 일처럼 보였다. 뻥튀기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기보다 제조하는 과정-일련의 시간,
초조와 흥분이 섞인 기다림, 어수선한 가운데 주목받는일, 발걸음을 불러 세우는 일, 아이를 겁주고 어른을 웃게 하는 일을 전시하는 게 더 중요한 듯 보였다. 사람들은 기다렸다. 열렬한 기다림이 아니라 지나가는 길에멈춰 섰을 뿐이라는 듯한 기다림이다. 사람들은 뻥튀기가 아니라 소리를, 소리가 나기 전 긴장을, 소리와 함께 해소되는 그 무엇을 기다렸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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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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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물꾸럭 신이 있어 사람에게 길흉을 가져온다면, 그리고네가 잠수에 실패해 액운을 당한다면, 그때 너는 후회할 거야.
‘아 물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해냈어야 했는데‘ 그런 다음 울겠지. 지금처럼 서럽게. 하지만 네가 잠수에 성공한다면, 언젠가 네게 액운이 닥쳐도 후회하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수영을 배워. 살아보니 그렇더라. 뭔가를 위해 무슨 일을 하다 보면, 계속 하다 보면, 그게 언젠가 너를 구하는 거야."
자리에서 일어나 양희가 옷매무새를 꼼꼼히 매만졌다.
"모레 다시 바다에 나와 책임을 다해 가르칠게."
휘청휘청 일어나 제비는 문밖까지 배웅을 했다. 고개를 숙이고오래오래 인사했다. 어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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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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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런 일이 있을까요?"
"인생은 모르는 거니까." 양희가 손톱으로 목덜미를 긁었다.
"언젠가 물에 빠진 어떤 여자를 구했는데, 그게 걔 엄마일 수도있지."
제비가 꿀꺽 침을 삼켰다.
"언니, 물꾸럭 신을 믿어요?"
눈살을 찌푸리고 양희가 쓰게 웃었다.
"네 뜻으로 신앙을 가져. 다른 사람 뜻을 묻지 말고."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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