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시작되는 건 한순간이다. 미움이 쌓이는 데엔평생이 걸릴 수 있지만, 일곱 살 때 그걸 알았다. 그 빈대가 아니란 것. 누군가를 미워하기 위해선 평생을 노력해야 할 수도 있다는 걸 단박에 알았다. 뻥튀기 아저씨가 ‘뻥‘ 소리를 제조하는 리어카 앞에서. 내 눈에 그가 하는 일은 굉음을 제조하는 일처럼 보였다. 뻥튀기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기보다 제조하는 과정-일련의 시간,
초조와 흥분이 섞인 기다림, 어수선한 가운데 주목받는일, 발걸음을 불러 세우는 일, 아이를 겁주고 어른을 웃게 하는 일을 전시하는 게 더 중요한 듯 보였다. 사람들은 기다렸다. 열렬한 기다림이 아니라 지나가는 길에멈춰 섰을 뿐이라는 듯한 기다림이다. 사람들은 뻥튀기가 아니라 소리를, 소리가 나기 전 긴장을, 소리와 함께 해소되는 그 무엇을 기다렸다. - P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