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진짜야?"내가 물었다. 홱홱이는 무슨 뜻이냐는 듯 눈을 깜박였다."네가 정말로 거기 있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 네가 진짜가 맞는지도.""당연히 여기에 있고, 진짜지."홱홱이가 말했다. 물에 젖은 그 애의 뺨은 미끈거려 보였다. 그저 물에 젖어 촉촉한 게 아니라, 오일이 묻은 것처럼 반들거렸다.하지만 정말로 미끄러운지는 알 수 없다. 나는 홱홱이의 피부를 만져 본 적이 없으니까. 나와 이 사이에는 철창처럼 생긴하수구의 덮개가 놓여 있다. 겨우 철창 하나지만 아득한 거리감이 느껴졌다."너를 진짜로 만나고 싶어. 진짜로 만나서 네가 거기에 있다는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 P63
"홱홱이, 웃기네. 그렇게 부르고 싶으면 그렇게 불러."홱홱이가 웃었다. 내가 붙여준 별명을 왝왝이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기뻤다.당사자의 허락도 떨어졌으니 이젠 거리낌 없이 부를 수 있다.왝왝이의 진짜 이름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끝까지 알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 P32
엄기호 책은 꽤 읽었는데,
이 책은 괜히 손이 가지 않아서
(제목이 단속이라니...쩝 듣기만 해도 답답하다)
10년 정도 가지고 있다가
올해 2월에 짬이 나서 읽다가
또 멈추고...
오늘에서야 다 읽었다.
엄기호의 글은 사유하게 만들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성찰하게 만든다.
그런데, 막 잘 읽히지는 않아서
손이 선뜻 가지는 않네...
나도 점점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있는 것 같다. 큰일이야...ㅠㅠ
20250428
내가 누군가를 비웃거나 조롱할 때마다 사람들은 당황했다.나는 사람들이 나를 보며 당황하는 게 좋았다.나를 ‘배려‘하면서 자의식을 공고히 하려는 사람들을 마주하면 짜증이 났다. 배려받을 사람과 배려받지 못할 사람을 구분할자격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사람들. 나를 싫어하는 순간, 그들은 생존자를 싫어하는, 고작 그런 사람이 된다. - P13
이 이야기를 전해주며 교사는 어느 순간부터 "그냥요"라고말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 아니 나아가 인간의 삶‘이 보였다고 했다. "우리 모두는 사실 그냥 살잖아요. 무의미를 견디면서요. 그런데 왜 우리는 유독 학생들에게는 의미를 강요할까요?" - P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