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정말 나랑 출신 성분 자체가 다르구나."
박유정은 그 말을 듣고 김상우가 감정에, 타인에 인색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춥고, 퍼석퍼석하고, 아무런 냄새도 풍기지않는 마음. 그 마음은 마치 냉동실에 오랫동안 넣어두었던 빵과 비슷했다. 이미 겉이나 속이나 꽝꽝 얼어버린 빵. 전자레인지에 돌린다고 해도 금세 허물어지고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 그런 빵. 하지만 박유정은 그런 김상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후회스럽고 원망스러운 날들도 많았지만, 박유정은 김상우가 안쓰러웠다. 김상우가 인색해진 것은 당연하다고, 김상우가인색해졌다고 느끼는 자신 또한 인색해진 것이라고 생각하려애썼다. 박유정이 생각하는 인색이란, 마음이나 생각이 오직 하나뿐인 것이었다. 종교인이 종교만 생각하고, 아이 엄마가 자기 아이만 생각하고, 고리대금업자가 이자만 생각하는 것. 그 외는아무것도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것. - P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