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모습을 지켜보는 건 때때로 내게 힘이 된다. 큰 힘이된다. 저기 좀 봐요. 까치가 집 짓는 걸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말이 있어요. 한국에서는 속설 같은 거? 나는 일터에 나온 외국인친구들에게 속설을 알려 주었다. 그 둘은 꼭 같이 다닌다. 저희도예전에 일하던 곳에서 검은 새 많이 봤습니다. 꼭 좋은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 둘은 내게 번갈아 한마디씩 하고. 나는 이에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좋은 일이 생겨야지. 우리는 짧게 몇 마디 나눈후,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일을 하는 동안 까치도 일을한다. 올린다. 떨어진다. 마치 떨어뜨리기 위해 나뭇가지를 물어오는 것처럼. 나뭇가지는 계속 떨어진다. 떨어지면 다시 올린다.
우리는 삽질을 계속한다. 아직 집은 지어지지 않았지만, 집을 짓기 위해 삽질을 계속한다. 우리는 집을 지어 돈을 벌기 위해, 까치는 집을 지어 살기 위해, 우리는 법적으로 허가받은 땅 위에다가.
까치는 허가받지 못한 곳에다가 나무 위에서 아래로, 나뭇가지가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말짱 도루묵, 그래도 계속한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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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는 허남?"
"그야 운명이쥬.....
수의사는 얼간년 엉덩짝에 주사기를 쑤셔 박고는 말을 이었다.
녀석이 살 팔자면 사는 거고 뒈질 팔자면 뒈지는거고..
접때도 그렇게 말했잖여유. 뭔가 다른 말을 해 주면 좋잖어. 우리 노인네들 마음 좀 편하게 해 달라구요."
"어머니, 달라진 게 별로 읎슈. 헛된 희망도 안 갖는 게 좋구유,
지레 절망할 필요도 없구유, 그냥 운명에 맡겨 두세유."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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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교수의 두 번째 책을 읽었다. 


첫 번째 책 보다는 훨씬 가독성이 높아졌다. 


인간의 심리라는 게 


참, 단순하면서도 단순하지 않다. 


그래도 이 책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좀 더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20250926


p.s : 두 번째 책을 읽지만, 


김경일 교수는 여전히 글 보다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고 재미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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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다보지 마슈. 마음만 아프니께."
"죽지는 않겠쥬?"
"그걸 어떻게 장담한대유. 살려면 살구 죽으려면 죽겠쥬."
"젊은 사람 말이 왜 이리 흐리멍텅햐. 죽는다는 거, 살 수 있다는겨?"
수의사는 얼간년의 등을 쓰다듬으며 하나 마나 한 소리를 했다.
"이놈 의지에 달렸쥬. 지가 살고 싶으면 살겠쥬."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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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시던 술은 왜 마시고 그래?"
대답이 없어서 강씨가 다시 물었다.
"응?"
"헤어지고・・・・・・ 오는 길이에요."
"오는 길은 누구나 헤어지는 거지. 헤어지지 않으면 어떻게 와."
"농담할・・・・・・ 기분 아니에요."
송군은 자신이 헤어지자고 한 거라고 뒤이어 말했다.
"이유가 뭔데?"
송군은 울고 있었다. 술 냄새처럼 흐느끼는 소리가 좁은 방을가득 채웠다. 강 씨에게는 송 군의 울음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다.
강씨는 귓속에 물이 차 있었다면 잠에서 깨지 않았을뿐더러 지금이 대화와 송군의 슬픔도 그냥 지나쳤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낡고 초라한 골방 혼자 감당하기엔 울음소리가 너무 컸다.
때론 들리거나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슬픔은 약해질 수 있었다.
누군가의 슬픔은 타인의 귓속에서 부서질 수 있었으므로.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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