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다너무 가벼워서깃털보다 가벼워서답삭 안아 올렸더니난데없이 눈물 한방울 투투둑그걸 보신 우리 엄마"얘야, 에미야, 우지 마라그 많던 걱정 근심 다 내려놔서그렇니라" 하신다아, 어머니 - P36
내 나이 스물일곱일 때나는 사랑과 일 사이에서 당연하다는 듯이사랑을 선택했다이제 우리 아이가 스물일곱이 되었는데일에만 파묻혀서 결혼은 차차 하겠다고 한다내가 어마나 좋아라고 두 손 번쩍 들어 환영하니이러한 나를 아이가 오히려 이상하게 쳐다본다왜 그러는 거지? - P26
허공에 매달려 살았어요.왜 이렇게 춥지오늘은 내 방이 낯설어 한참 헤맸다간밤에 너무 많은 여행을 했나 보다나도 오늘은 배추밭에서 하루 종일볕이나 쏘일까 보다 한다.나도 심심해지면밤마다 정신 잃는 꿈은안 꿀지도 모르지 않을까? - P16
두렵고 무서운 게 많은 시절이었어요.나는 내가 없어졌으면 좋겠어그 텅 빈 자리에 너도 들어오고 당신도 들어오고그들도 들어왔으면 좋겠어그렇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못해내가 나를 너무 꽉 채우고 있어구멍을 낼 수 없지문이 없으니 예쁜 당신들 가 버리고미운 당신들만 남았어 - P12
식물에 열중하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 묻는다."식물하고 있는 게 그렇게 좋은가요?"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내가 나에 대해 무어라 대답을 하면, 그대답 때문에 내가 나와 많이 다른 ‘어떤 사람‘이 되어 있는 걸 많이봐와서다. - P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