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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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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선이의 세계관에서도 생에 대한 집착은 당연했다.
지금의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개별적인 의식을 갖고 있지만죽음 이후에는 우주정신으로 다시 통합된다. 개별성은 완전히사라지고 나와 너의 경계 자체도 무화되는 것이다. 그러므로선이에게도 이 생의 의미는 각별했다. 개별적인 의식을 가지고 살아 있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니 너무나 짧은 이 찰나의 생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존재가 되도록 분투하고, 우주의 원리를 더 깊이 깨우치려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선이에게는 그래서 모든 생명이 소중했다. 누구도 허망하게 죽어서는 안 되며, 동시에 자신의 목숨도 헛되이 스러지지않도록 지켜내야 했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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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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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자, 담을 넘자, 여러 의견이 나왔다. 다가올 죽음‘을 예감하고 기계답지 않게 감정적으로 행동하던 그 전투용 휴머노이드들의 모습에 강한 흥미를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에너지가 바닥날 때가 되면 다급하게 충전을 원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에너지가 방전되면 먼저 움직임이 멈추고, 움직임이 오래 멈추면 몸속의 ‘대사‘도 중단되고, 곧 진짜 ‘죽음‘을 피할 수없게 된다. 따라서 이들이 에너지가 방전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아직 에너지가 남아 있을 때 필사적으로 충전할 곳을 찾아다니도록 만든 것은 당연했다. 그것은 인간이 심한 굶주림이나 갈증으로 위기감을 느낄 때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시야는 좁아지고, 마음은 급해지며, 극단적으로 이기적인행동을 한다. 언젠가 나는, 인간 이외의 동물들은 누군가에게공격을 당하지 않는 이상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글을읽은 적이 있다. 동물은 죽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기에, 다만자기의 기력이 쇠잔해짐을 느끼고 그것에 조금씩 적응해가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잠이 들 듯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종과는 달리 인간만은 죽음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기에, 죽음 이후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한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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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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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해요?"
"뭐가?"
"인간 맞느냐고요."
"당연하지. 나는 인간이야. 기계가 아니라고. 무슨 말인지이해가 잘 안 되니?"
"알았어요. 인간이라는 거죠? 그럼 지금부터 로봇인 척하세요."
"뭐? 그게 무슨 말이야?"
"기계인 척하시라고요."
"왜?"
"그냥 제 말대로 하세요.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살아남을 수 있다고? 그게 무슨 뜻이지? 그럼 죽을 수도 있다는 걸까? 그리고 기계처럼 굴라니? 나는 기계로 잘못 인식돼 잡혀 들어온 것이고, 한시라도 빨리 내가 인간이라는 걸 입중해서 여기를 벗어날 생각이었는데, 기계를 흉내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니? 인간인 것을 숨기라니?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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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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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래는 알 수 없는 거네요."
"미래는 알 수 없다는 것도 확실한 사실은 아니야."
"그게 무슨뜻이에요? 그럼 미래를 알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건 ‘미래‘라는 말이 뭘 의미하느냐에 달렸어."
그때 나는 그녀가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안다. 그녀는 우주의 시간에 대해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구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이 다르다는 것, 아니, 시간 자체가 지구에 사는 인간 중심의 개념일 뿐이라는 것을 그때의 나는 몰랐으니까.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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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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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숲에 누워 나의 두 눈은 검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한 번의 짧은 삶, 두 개의 육신이 있었다. 지금 그 두번째육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 어쩌면 의식까지도 함께 소멸할것이다. 내가 겪은 모든 일이 머릿속에서 폭죽 터지듯 떠오르기 시작한다. 한때 회상은 나의 일상이었다. 순수한 의식으로만 존재하던 시절, 나는 나와 관련된 기록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기억을 이어 붙이며 과거로 돌아갔다. 그때마다 이야기는 직박구리가 죽어 있던 그날 아침, 모든 것이 흔들리던 순간에서 시작됐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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