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 (리커버)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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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할아버지는 이미 지나간 전쟁을, 이미 사라져버린 수용소를 평생 두려워하면서 자기가 스스로 만들어낸 수용소 안에서 살고 있었던 거야. 할아버지는 죽고 난 뒤에야 정말로 자유롭게 자기 도시의 거리를 걸을 수 있게 됐어."

소원을 빌 수 있다면
나는 아주 조금만 행복해지고 싶어
너무 많이 행복해지면
슬픔이 그리워질 테니까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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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리커버)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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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아름다웠다. 처음으로 태양 빛 속에 ‘그것‘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생각했다. ‘그것‘은 기괴하게 아름다웠다.
햇살 아래 나타난 ‘그것‘은 검은색이 아니라 짙은 회색이었다. 잿빛 깃털에는 잘 단련한 쇠 같은 생기 없이 차가운 윤이흘렀다. 발톱과 부리는 은빛이었고, 그 은빛 부리 한가운데에짧지만 깊은 흠집이 불그스름하게 나 있었다. 자신이 휘두른쇠사슬이 부딪친 자국일 것이라고 그는 짐작했다.
부리 옆에는 새파란 눈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푸른색은 처음 마주 대하는 자에게 충격을 줄 정도로 깊고 맑고, 그리고 잔혹했다.
그는 ‘그것‘의 발에 쇠사슬을 더 단단히 감아서 붙잡고 기어오르려 했다. 그러나 쇠사슬의 고리 한쪽이 ‘그것‘의 발톱에 스치는 순간 썩둑 잘려 버렸다.
고리가 끊어져 쇠사슬이 풀리면 허공으로 떨어져 버린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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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리커버)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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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원했던 것은 복수가 아니었다. 최소한 이런 복수는원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마을 전체가 ‘그것‘의 존재에 기대어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이었다.
합당한 결말이라 해도, 그는 밀려오는 상실감을 어찌할 수없었다. 알지도 못하는 타인들의 주술과 환상과 잘못된 믿음에 빼앗겨 버린 어린 시절, 매일이 생사의 기로였으나 이제는아무 의미도 없어져 버린 그때의 오랜 고통과 절망을 애도하며 그는 폐허가 된 마을에 멈추어 서서 울었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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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리커버)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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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할아버지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전등은 매우 귀여웠다. 토끼가 나무 아래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나무 부분은 그다지 사실적이지 않았지만, 토끼는 한껏정성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토끼의 양쪽 귀 끝과 꼬리 끝,
그리고 눈은 검었고, 몸의 나머지 부분은 새하얀 색이었다. 딱딱한 재질인데도 보드라운 분홍 입술과 복슬복슬한 털의 질감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전등에 불이 들어오면 토끼의 몸체가 하얗게 빛났고, 그 순간만은 마치 살아 있는 토끼 같아서귀를 쫑긋 세우거나 코를 벌름거리기라도 할 것 같아 보였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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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의 말 - 수도생활 50년, 좋은 삶과 관계를 위한 통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이해인 지음, 안희경 인터뷰어 / 마음산책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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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로 ‘옴니부스 옴니아Omnibus Omnia‘라고 하는데요. 추기경님이 신부가 될 때 주교님이 강조한 말씀이라고 합니다.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모든 것을 주라‘라는 뜻으로풀 수 있겠죠. 추기경님은 이 말씀을 삶의 지향으로 품고,
그렇게 사셨어요. 살아 보면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기란 어려워요. 제게는 불가능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노력해야 하죠.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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