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 (리커버)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것‘은 아름다웠다. 처음으로 태양 빛 속에 ‘그것‘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생각했다. ‘그것‘은 기괴하게 아름다웠다.
햇살 아래 나타난 ‘그것‘은 검은색이 아니라 짙은 회색이었다. 잿빛 깃털에는 잘 단련한 쇠 같은 생기 없이 차가운 윤이흘렀다. 발톱과 부리는 은빛이었고, 그 은빛 부리 한가운데에짧지만 깊은 흠집이 불그스름하게 나 있었다. 자신이 휘두른쇠사슬이 부딪친 자국일 것이라고 그는 짐작했다.
부리 옆에는 새파란 눈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푸른색은 처음 마주 대하는 자에게 충격을 줄 정도로 깊고 맑고, 그리고 잔혹했다.
그는 ‘그것‘의 발에 쇠사슬을 더 단단히 감아서 붙잡고 기어오르려 했다. 그러나 쇠사슬의 고리 한쪽이 ‘그것‘의 발톱에 스치는 순간 썩둑 잘려 버렸다.
고리가 끊어져 쇠사슬이 풀리면 허공으로 떨어져 버린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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