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과 마주칠 확률이란 얼마나 될까. 이유미의 경우 통상 일주일에 한 번꼴이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갔다가, 우편물을 찾으러 갔다가,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다가, 주차장에서, 이유미는 종종 강미리와 마주쳤다. 임재필이 누구냐고물으면, 새로 알게 된 이웃이라고만 둘러댔다. 어쩌다 세 사람이엘리베이터에 함께 오를 때에는 긴장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강미리는 이유미와 마주칠 때마다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마치 뭔가를 찾아내려고 애쓰는 사람 같았다. 이유미는 악보 파일책, 출석부를 모두 가방에 넣어 다녔고, 나중에는 아예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걸어다녔다. 십칠층까지 계단을 올라오면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고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었다. 계속 이런 식으로 살 수는 없었다. 이유미는 임재필에게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가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근방에서 일어난 살인강도 사건을 들먹이면서 무서워 집을 나가기가 겁이 난다고 했다. 임재필은 태어나자란 그 동네를 떠나는 데 반감이 있었고, 또 손꼽히는 부촌인 그지역의 경호시설이 그리 허술하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그들은 이문제로 얼마 동안 냉전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유미의 고집에 임재필이 두 손을 들었다. 그들은 신혼살림을 시작했던 집을내놓았고, 이사 날짜를 잡았다. - P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