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는 홀로 호숫가에 앉아 해가 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에게 말하고 싶었다. 모든 게 다 거짓은 아니었다고, 함께했던 시간 동안,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고. 하지만 이제 그녀도 의심스러웠다. 그들이 나눈 게 진짜 사랑이었다면, 어떻게 이토록 간단히 깨질 수 있단 말인가. 그를 정말 화나게 하는 것은 그녀의 거짓말이 아니라, 그녀가 번듯한 양복 체인의 상속녀가 아니라는 사실인지도 몰랐다. 어쨌든 그는 이제 더이상 그녀를 원하지않았다. 너무나 간단한 심경의 변화였다. 마침내 해가 지고 호숫가가 어둑어둑해졌을 때,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숙집에 다닿았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이었다. - P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