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에세이&
박연준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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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잠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잠이다. 잠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어 ‘나‘를 잊어버리는 잠이다. 장자가 말한 좌망같은 잠! 앉아서 나를 잊어버리는 일이 매일 밤 나에게 와주길 바란다. ‘나‘를 지나치게 붙들고 살지 말자. 들들볶지 말자. 잠시라도 나를 좀, 잊자!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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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에세이&
박연준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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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끼는 사람에게 선물해야 할 일이 있어 무얼갖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충분히 가진 사람으로 보여 선물할 일이 있을 때마다 고민하게 만들었다. 뜻밖에도 그는 내게 편지를 받고 싶다고 했다. 깨달았다. 그는 내 마음이 갖고 싶은 거구나! 그는 편지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마음‘임을 아는 사람이구나.
편지는 무거운 사랑을 담을 수 있는 가장 가벼운 그릇이다. 편지를 기다리는 사람은 멀리서 걸어오는 누군가의마음을 마중하는 사람이다. 누가 그 정갈한 기대를 탓할 수있을까?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자주 볼 수 없지만 그와 마음으로 연결되는 친밀감을 간직하고 싶다면 편지를 써야한다. 구체적이고 사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면 그 관계는 깊고 두터워질 게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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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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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수련에 5분 늦었다고 통곡을 하며 돌아온 날, 처음으로 내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강박과 불안, 잘해내야 한다는 생각, 잘 때 턱이 아플 정도로 이를 앙다문자세………… 그날부터 지금까지 시시때때로 손을 펴는 연습을한다. 힘을 풀고 걱정을 지우고 먼 곳을 바라보는 연습을한다. 세상에는 내가 노력해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존재한다. 상황을 통제하려 할수록 겁이 나고, 다른 사람에게 (작은 거라도) 기대하게 된다. 내가 이리하려 하니 당신도 저리해줘야 하지 않습니까, 이런 마음은 본인을 지치게 하고상대방을 불편하게 한다. 시간을 들여 생각한 결과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기대하지 말 것. 바라려면 오직 스스로에게바랄 것.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통곡하지 말 것. 멀리 보고
‘계속‘ 걸을 것. 삶을 꾸리는 건 나지만, 인생은 나 외의 것으로 채워진다는 걸 알았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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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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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높이 사는 멈춤은 끊어내는 일이 아니라 머무르는 일 stay 에 가깝다. 무언가를 더 하거나 덜 하는 게 아니라하지 않는 일이다. 움직임에서 벗어나 고요를 간직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하는 ‘그대로 멈춰라‘ 놀이를 생각해보자. 움직이던 아이가 가만히 멈춰 있기 위해서는 흔들리는 몸을잡을 수 있는 힘, 노련함, 정지를 유지할 수 있는 인내심이필요하다. 무용수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동작을 빛나게 하는 건 멈춤이다. 멈춤 역시 ‘춤‘이다. 무용수가 역동적인 동작을 취한 후 그 상태로 1~2초 정도 멈출 때, 호흡의 들림,
눈부신 멈춤의 순간을 위해서는 엄청난 힘이 필요하다. 코어근육, 서로 반대 방향으로 뻗어내야 하는 팔과 다리,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등근육, 힘이 있어야 할 수 있다. 내가취미로 다니는 발레학원에서 선생님은 늘 이렇게 말한다.
"허벅지 안쪽에 지퍼가 있다고 상상하고 지퍼를 꽉잠그세요. 엉덩이를 꿰맸다 생각하고 절대 풀지 마세요. 멈출 땐 등으로 브레이크를 잡아요. 나아가는 반대쪽으로 팔을 뻗어야 안 넘어져요. 음악에 쫓기지 말고 음악을 끌고가세요."
가만히 보면 모두 ‘순간 멈춤‘을 잘하기 위한 지시사항이다. 춤을 춰본 자는 알 것이다.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움직인 몸을 흔들림 없이 돌아오게 만드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을. 발레 선생님이 자주 하는 말은 "스테이!"다. 머무르라는 명령. 멈추라는 게 아니다. "멈추지 말고, 그 자리에서 계속 길어지세요!" 머무른 상태에서 계속 자라기, 멈춤을 머금은 채 성장하라는 말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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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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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그루잠을 잔다.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
하루 중 내가 좋아하는 순간이다. ‘그루잠‘이라니. 말의 어여쁨을 생각한다. 새벽에 작은 잠 한그루를 심는 일 같다.
우리는 기회를 한번 더 얻은 것처럼 안도한 표정으로 잠든다. 손끝으로 고양이의 체온, 따뜻한 털의 감촉을 느끼면서.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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