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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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내 기억의 시초부터 오늘까지 늘 그런 식으로 존재했다. 그분은 내 눈앞에 얼굴을 들이밀거나 큰소리를 내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목소리로 나를 둘러싸고, 괜찮다고, 예쁘다고, 다시 한번 괜찮다고 말했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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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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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보면서 나는 입이 찢어지도록 웃고 있었다.
함박웃음이라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웃음이었고,
그 웃음에 쓰이는 근육은 매우 특별해서 일상의 웃음과는 달랐다. 내가 지극정성으로 꿀짱아를 돌보면서도 무언가 빠졌다고, 부족하다고, 완전하지 못하다고 느꼈던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그것은 함박웃음이었다.
나는 내 아이에게 이렇게 웃어 보인 적이 없었다.
물론 나는 그동안 많이 웃었다. 아이를 낳은 것이 행복했고 엄마가 된 것이 신기했다. 꿀짱아를 보면서 많이 웃었다. 하지만 내 웃음은 무언가에 많이 짓눌려 있었다. 엄마 노릇을 해야 한다는 부담과 잘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위축감, 아이를 기르다가 내 인생이 실종될 것 같다는 조바심, 여러 가지 무거운 맷돌들에 짓눌려 내 웃음은 쾌활하지 않고 어딘가 찌그러져 있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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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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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살았던 세계는 학교, 직장, 문화, 친구, 성취와 우정의 세계였다. 모두 두 글자 이상이었다. 아이와함께하는 세계는 쉬, 똥, 침, 코, 토, 잠, 젖, 신기하도록모두 한 글자였다. 아마 생명과 양육 활동이 그토록 근원적인 것임을 언어로서도 상징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한다. 나는 그것이 신기하면서도 거북했다. 좀 더 고차원적인 것, 언어와 문자로 이루어지는 활동, 교육받은성인과 함께하는 대화를 목마르게 그리워했다. 먹고 자고 싸고 놀고 우는 것은 나의 삶이 아닌 것 같았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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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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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면서 나는 할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적이 없다고 확신한다. ‘사랑한다‘
는 할머니의 소박한 어휘 사전에 등재되지 못한 낯선단어였다. -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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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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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을 독파하다보니 내가 왜 이 장르에 빠져들었는지를 다시 한번 알게 됐다. 나는 SF의 밑바탕에 있는 태도가 좋았다. SF의 화자, SF의 인물은 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싶어 한다. 뱀파이어도 유령도 외계인도 갑자기 하늘을 뒤덮기 시작한 검은 구체도 SF에서는 그냥 지나칠 대상이 아니다. 세계의이상한 구석과 결함, 미지의 무언가, 괴기한 현상을 마주쳤을때 덮어놓거나 도망치거나 "그냥 그런 거야" 말하지 않고 끈질기게 파고들어 알고자 하는 태도가 SF의 근저에 있다. 물론삐끗하면 그것은 대상을 정복하거나 통제하려는 일로 이어지기에, 이해는 늘 위태로운 줄타기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이해의 한계까지도 직면하면서 세계를 알아가려는 SF의인물들을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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