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병실에 어색하게 앉아 창밖의 나무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안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보이던 보라색 이불. 어쩌면 그건 세상에서 가장 힘겨운 단체생활을 하는 동안 할머니가 마음을 기댄 유일한 개인의 영역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앉아 있으면 아직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아득한 미래가 나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것 같았다. 불안한 마음에 주먹을 꽉 쥐었지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곳의 간의 의자는 플라스틱이라서 뜯어지지 않았다. - P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