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님과 나
우타노 쇼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우타노 쇼고는 요즘 내가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작가중의 한 명으로, 신간 소식이 들리면 바로 구매해서 읽고 있다. 앞서 읽은 작품은『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시체를 사는 남자』였고, 이번에『여왕님과 나』역시 출간되자마자 구입하게 되었다. 앞서 말한 두 작품은 성향이 완전히 달라 깜짝 놀랐지만,『여왕님과 나』역시 만만찮게 독특한 책이었달까. 일단 목차의 소제목부터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왠지 전에 읽었던 사쿠라바 가즈키의『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에 나왔던 소제목처럼 사람을 몹시 기대하게 만들고 궁금하게 만든달까. 이 소제목의 의미는 마지막 문장을 읽음으로써 완벽하게 이해된다.

주인공 신토 카즈마는 올해 44살, 무직에 독신, 그리고 오타쿠이다. 남들은 자신을 보며 히키코모리라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비디오 가게나 편의점에,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은 아키하바라에 나가는만큼 스스로는 히키코모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세상은 자신과 단절된 세계이며, 유일한 말상대는 여동생이라 칭하는 인형 에무뿐이다. (처음 에무가 등장했을 때는 개나 고양이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더 읽어 보니 구체관절인형 정도로 보인다) 나이 40이 넘어 인형과 이야기를 나누는 남자라... 왠지 껄끄러운 기분이 든다. 게다가 로리콘(롤리타 컴플렉스)를 가진 남자란 이야기에 욕지기가 치밀어 오를뻔 했다. 안그래도 요즘 아동 성추행이나 성폭행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데, 소설 속에서 그런 인물을 만난 셈이다. 그나마 신토 카즈마는 아직까지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손을 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유일하게 그를 잘 봐줄 수 있다는 점일까.

그런 신토 카즈마가 어느 날 외출을 했다가 한 소녀를 만난다. 인형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말투가 거칠기 짝이 없다. 12살의 나이란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토 카즈마를 가지고 논다는 분위기랄까. 명령하고, 쓰레기, 돼지, 찌질이라 구박하고, 비싼 식사를 대접하게 만든다. 그러나 신토 카즈마는 로리콘답게(?) 그녀의 모든 행동과 말에 행복함을 느낀다. 라이미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에게 휘둘리며 시간을 보내던 중, 라이미의 친구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첫번째로 살해당한 유즈하라 시온은 매춘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두번째로 살해된 소년 나라하 리리카는 아버지의 학대, 어머니의 파칭코 중독으로 인한 무관심에 방치된 소녀였다. 라이미의 친구중 또 한명인 카나리는 자해를 자주 하던 소녀로 그녀 역시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다. 어쩌면 라이미까지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토 카즈마는 직접 이들이 얽힌 사건을 수사하기로 한다. 친구들의 죽음에 의기소침해진 여왕님 라이미는 여느 초등학생과 다름없어지고, 신토 카즈마는 그런 고분고분한 라이미가 사랑스러워 어쩔줄을 모른다. 하지만, 이 아이들의 선생님이었던 마스다 테루아키는 쇼타콘(소아성애자, 페도필리아)였으며, 그 역시 신토 카즈마가 도착하기전 살해당한다. 그후 어찌된 영문인지 신토 카즈마는 연쇄살인범으로 몰려 경찰에 체포되어 자백을 강요당하기에 이른다.

경찰의 수사를 받으면서도 신토 카즈마는 자신의 여왕님인 라이미를 보호하려 하지만, 궁지에 몰리자 라이미를 증인으로 내세우고자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라이미는 신토 카즈마를 모른다고 딱 잡아 뗀다. 앞에는 절벽, 뒤에는 호랑이랄까.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믿을 사람도 아무도 없다. 도대체 누가 그를 함정으로 몰아 넣은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이 위화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거지? 그러다가 첫번째 반전이 드러난다. 소제목과 부합되는 반전이다. 그렇다면 앞에 나온 것들은 이 모든 것에 대한 복선이었던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걸 속단하기엔 일렀다. 첫번째 반전은 나중에 나올 반전에 비해 임팩트가 적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자꾸만 책 내용에 끌려가게 된다. 사건의 진행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때문이다.

졸지에 연쇄 살인범이 되어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 신토 카즈마, 그리고 그를 이용했던 라이미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또다른 반전이 찾아온다. 아, 이건 정말 예상도 못했는데...... 라고 감탄을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정말 요즘의 일부 아이들은 이렇지 않을까 싶어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어른을 완벽하게 이용하는 영악한 아이, 그게 바로 라이미였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이 또 찾아 온다. 중후반부는 정신없이 휘몰아 친다고 할까. 처음엔 신지 카즈마와 라이미의 캐릭터가 너무나도 불쾌했었다.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몸을 휘감는 그런 불쾌한 느낌이었달까. 하지만, 사건의 진행과 더불어 그런 느낌보다는 작품속에 숨겨진 미스터리 구조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속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미스터리에 흠뻑 빠지게 만들다니, 작가의 능력에 새삼 감탄하게 되었달까.

그러나, 마지막 문장에 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당혹감을 느꼈다. 이게 신토 카즈마의 본성이었던 것이다. 그를 지배하던 것의 정체는 바로 이런 것이었던가. 정말 개선의 여지가 없는 구제불능의 뇌구조를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중간중간 신토 카즈마의 본성에 대한 언급이 살짝살짝 나오지만 무시하고 지나치면 이런 당혹스런 결말을 마주할 수 밖에 없다. 아니, 그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했다 하더라도 이 결말은 너무나도 마음에 안든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쾌감이랄까, 그런 것이 확실하게 반감되기 때문이다.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고, 동기가 밝혀지고, 모든 사건의 정황이 밝혀지면 속이 시원한 기분이 들기도 하련만, 오히려 찜찜한 기분만이 남았다. 또한, 이게 현대인들의 진짜 속성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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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0-09-25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엄청 읽고 싶었는데 말이죠... 돈이 부족하네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