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지금의 우리 상태가 아닐까.
알베르 카뮈가 『페스트」에서 그려낸 전염병의 질서는 다음과 같다. 처음엔 공포와 충격, 그다음은 짜증과 지겨움(불행의 단조로움), 그다음은 불신(타인을 필요로 하고 따뜻함을 원하면서도 다가가지못하는 것), 그다음은 좀처럼 뭘 하지 않으려 하는 것, 그다음은 받아들임(전염병은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체념). 정작 무슨 일인가 일어나는 것은 그다음 단계다. 절망만 하고 있는 것도 견디기 힘든 일이라서 사람들은 묻기 시작한다. "그럼 어떻게 다시 삶을 시작할 것인가?" - P286
실로 오랜만에 읽는 정통 소설이다. 팬데믹 상황이 나타나는 작품이 하나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특수한 현재 상황만을 다룬 요즘 소설들과 결이 다른, 시간의 흐름을 견딜 만한 정. 통. 소설. 정한아의 이야기에 빨려든다. 가독성이 좋다. 다양한 여성의 모습들이 다채롭고도 깊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