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제주 작가, '순이삼촌'의 현기영 작가가 노익장을 과시하여 '제주도우다' 1-3권을 출간하였다.
41년생이시니 연로하신데도 제주를, 제주의 아픔을 후대에 전달하겠다는 일념으로 분투하신 느낌이다.
문학의 위기는 이미 몇십 년전부터 시작된지 오래고, 소설은 점점 짧아져만 가는 현 시점에서 이렇게 호흡이 긴 소설이 얼마나 읽힐지 걱정이 되었다.
나부터도 읽는 속도가 붙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보통 삼사십 페이지만 넘기면 쭈욱 읽어내려가는데 이 책은 백페이지 정도 넘어가야 속도감이 붙는 느낌이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제의 만행이 가득한 1부 구성 때문이기도 한 듯하다.
슬픈 역사는 들춰보기 싫고 마음에 묻어 두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작품은 전체 7부 구성으로 1권은 2부까지이다.
1부의 일제의 만행을 힘겹게 읽고 2부는 해방 직후 미군정이 들어오기 전까지라 신명나게 읽었다.
이대로 쭈욱 갔더라면, 이 분위기 그대로 쭈욱 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1부에서 가장 인상깊은 내용은 설문대할망이야기와 해녀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아무래도 제주의 특성이 타지인들에게는 인상깊게 다가오는 것 같다.
홍명희의 '임꺽정'에서 거구의 장정들이 서로를 '언니언니' 부르는 것도 재밌었는데 여기서는 해녀들이 서로를 '삼춘삼춘' 하는 것이 웃겼다.
제주도에서는 손윗어른을 성별구분없이 다 '삼춘'이라고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순이삼촌'도 여자다.)
예전에 남녀구분없이 다 '언니'라고 불렀던 것처럼.
2부에서는 돼지잡는 광경이 자세히 묘사되어 인상깊었다.
지금은 동물복지, 채식 등등으로 인해 기함할 내용이지만 이 시대에는 이것이 동네 축제고 잔치였고 광복의 기쁨을 온 동네 주민이 함께 나누는 행사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던 이벤트였을 것이다.
2권의 3부는 아마도 미군정 시대가 자세히 나올 듯한데 1권 말미부터 미군정이 잘못한 일들이 조목조목 나와 있어 속이 상했다.
작품에 나오는 것처럼 우리가 일본을 이긴 것이 아니라 미국이 일본을 이긴 것이라 그다지도 무자비하고 불평등했던 것일까.
박경리의 '토지', 조정래의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 황석영의 '장길산', 홍명희의 '임꺽정', 최명희의 '혼불' 등 한국역사소설을 대부분 다 읽었다.
실로 오랜만에 대하장편소설이 출간되어 기쁘게 읽었다.
대하장편소설을 읽다보면 한많은 한국역사가 더 가슴 아프게 와닿는다.
역사교육은 역사소설 읽기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4.3사건은 나오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두렵다.
얼마나 끔찍할지.
연로하신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소중한 작품을 써주신 현기영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친필사인도 길게 1,2,3권 다 해주셔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어 황송했다.
이제 2권으로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