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사치는 고급 승용차나 호화로운 자택이나 별장이 아니라 공부하는 삶을 나이 들어서까지 연장할 수 있는 가망이라고 본다. 공부하는 삶이란 일상의 즉흥, 정처 없는 거리 산책 취향, 카페에서 죽치기, 초연함의 과시, 명예와 직책과 흐르는 세월을 피하려 주렁주렁 몸에 휘감는 상징적 패물에 무관심한 태도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매일 아침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부조리하지만 꼭 필요한 환상이다. 나는늘 권력의 유혹, 커리어에 대한 예속보다 나의 자유를 소중히 여겼다. 내가 특권을 누린다면 이건 나 자신이 만들어낸 특권이다. 나는유산을 상속받지도 않았고 부자도 아니다. 돈을 잊어버릴 만큼 부유했던 적도 없고, 돈을 멸시할 만큼 가난했던 적도 없다. 따라서 돈은 지혜를 추구하는 약속이다. - P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