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의 울림을 느낀 이후 시를 뒤적이다 최영미 시인의 작품들을 거슬러 읽게 되었다. 그러다가 읽게 된 책. '시를 읽는 오후.'
오래된 어투로 해석이 난해한 영미시를 탁월하게 풀어낸 최영미 시인의 해석이 돋보였다. 최영미 시인의 산문도 좋았다. 역시 그는 범상치 않은 작가임에 틀림없다. 더불어 몰랐던 시인이나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유명 시인들의 보다 구체적인 일생도 알게 되어 좋았다. 특히나 여성 시인들. 내가 그들을 그저 사랑을 노래하거나 가스를 틀어놓고 죽었다는 정도의 피상적 사실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 이면에 그들의 뼈아픈 삶이 있었다. 여성으로서. 역시나.
미국에서는 요즘 시 자체를 가르치지 않게 되었을 정도로 아무도 시를 안 쓰게 되었다는데 예전에는 참으로 좋은 시들이 많았구나 싶었다. 그러던 차에 미국 서점에서 많이 봤던 시집이 번역되어 나왔길래 읽게 되었다.
인스타 시인으로 알려진 루피 카우르의 시집. 번역서로 읽었는데 왠지 알라딘에서는 원서로만 찾아진다. 쉬운 현대 영어로 쓰여있어 영어공부에도 좋을 듯한데 나는 전자책 번역서로 읽었다. 미국 서점에서 많이 봤을 때는 그저그런 인도 시인인가 보다 하고 지나쳤었다.ㅠㅠ
아무래도 깊이 면에서는 옛 시인의 그것을 따를 수 없으나 현대 특유의 솔직함과 구체성이 돋보였다. 특히나 여성으로서 느끼는 그 느낌들, 그 외침들은 통하는 바가 있다. 몇 백 년이 흐르고 흘러도 관통하는 공통의 느낌.
일상에서 벗어나 시대를 관통하며 시를 읽어나가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나름 시로 시간 여행을 한 셈이었다.